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미래세대 유산,해양환경/이은 해양수산부 차관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한 리서치회사의 설문조사 결과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 중 67% 이상이 “우리나라는 국민과 정부가 바다의 환경보전과 가치 창출을 위해 시급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고 응답했다.

이 조사결과는 우리 국민들이 해양환경에 대한 관심이 의외로 높다는 것을 나타내는 동시에 해양환경 보전과 가치 창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미미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간 해양 보전을 위한 노력은 육상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뒤처져 있었다. 국제적으로 더욱 가치를 인정받는 우리나라 연안습지가 지난 20년간 간척과 매립 등으로 20% 이상 상실됐고 새만금과 시화호와 같이 대규모로 바다를 막아 인간의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노력도 계속돼 왔다.

96년 해양수산부가 발족한 이후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육상에서 처리해야 할 폐기물을 경제적 이유로 연간 수백만t씩 바다에 투기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나 국민들의 인식이 환경친화적 측면으로 경향이 바뀌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해양환경기획관이 신설되고 ‘해양환경관리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며 해양 투기량 감축을 위한 범정부적 대책이 수립되는 등 체계적인 해양환경 관리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개발과 보전의 논란 속에서 18년 동안 지역 숙원사업으로서 장항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추진해온 충남 서천군이 374만평의 갯벌 보전을 선언하고 해양환경 보전으로 전환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해양환경 보전은 이제 국가 차원을 넘어 전 인류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지구적 과제로 부각됐다. 올해 초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4차 보고서는 2099년 해수면이 1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해수면이 1m 상승시 서울 여의도 364배에 이르는 면적과 126만여명 이상이 침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서해에서 일어난 바다 범람 및 태풍과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더욱 빈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원 남획에 의한 해양생태계 파괴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자원의 생산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40년 이후 세계 어류의 90%가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무심코 바다에 버린 쓰레기는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며 외국 해안까지 밀려가 국가적 위신을 추락시키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94년 유엔 해양법 협약 발효 이후 미국·일본·중국과 같은 주요 국가들은 국가적 차원의 해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의 해양 전략의 핵심주제는 “환경보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연안과 해양의 손쉬운 개발을 위한 각종 개발특별법들이 국회에 상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은 세계 5대 갯벌인 서해안 갯벌을 보유하고 있고 국립공원 총면적의 40% 이상이 연안에 위치해 환경적으로 중요한 공간임에도 국가 산업단지의 75%가 연안에 자리잡고 있다. 더욱이 개발 수요에 치우쳐 특별법까지 제정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연안지역 주민들의 발전 욕구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그 발전은 연안의 환경 용량 내에서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지속가능한 발전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연안지역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바다는 현 세대만을 위한 자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우리는 바다를 우리 세대의 전유물로 여기고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매립해왔고 수산물의 남획으로 우리 세대의 배만을 불려왔다.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경관 등은 황폐화됐고 우리 조상들로부터 꾸준히 보존해 온 자연자원은 고갈돼 이제 우리는 부끄럽게도 미래 세대에 남겨줄 유산이 없는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바다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전략의 핵심은 “세대간에 지속가능한 바다의 이용”이 될 것이다. 우리가 후손들을 위해 한 걸음 양보할 때, 바다는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동시에 ‘생명의 바다’ ‘풍요로운 바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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