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 전망대] ‘농가등록제’ 농민은 냉담
정부는 지난달 전국의 농가를 대상으로 농가등록제를 도입, 농가 유형별·단위별 차등화를 통한 이른바 맞춤형 농업정책을 구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전국 120여만 농가 중 7700여 농가를 대상으로 농가등록제를 시범 실시한 후 2008년부터 전국의 농가로 확대해 맞춤형 농정을 위한 기반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농가등록제는 농가별 소득, 경영 상태 등의 정보를 토대로 개별 농가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농정으로 가는 기초자료에 불과하지만 이를 시행에 옮길 경우 관련 농민들의 불만이 우려된다.
정부는 농가등록제가 맞춤형 농정의 기틀이자 장차 농가 단위 소득안정직불제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인 일선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할 뿐 오히려 개별 농가별 과세기준으로 이용되거나 고령농의 퇴출과 같은 구조조정의 빌미로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의혹마저 떨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맞춤형 농정은 농민의 나이, 농지 면적, 전업 또는 부업의 여부 등 기본정보 외에 영농기술, 시설운영자금, 재해보험가입 여부 등 농가별 상세 정보가 정책 수립에 있어 핵심요소가 된다. 그러나 전업농, 중소농, 영세농, 고령농 등 고작 몇 가지 맞춤유형을 정하고 이를 농가 유형별 특성에 따라 정책 목표나 수단을 달리해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의아해하는 농민들이 많다.
더구나 맞춤형 농정은 주로 연령이나 영농사업 규모와 같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농가 유형을 정하려다 보니 개별 농가로서는 유형별 정책 프로그램에 의해 지원의 형태가 결정될 뿐, 농민의 영농 의지나 잠재적 역량 등과 같은 주관적 요인이 정책적 지원 대상에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또한 농가의 특성에 따라 지원을 달리하려는 맞춤형 농업정책이 사업별 자격요건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일반적·평균적 기준에 의해 지원해 주는 현행 농정체계에 비해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는 효과를 낼 것인지도 의문이다. 현행 농정체계의 적절한 보완책만으로도 맞춤형 농정과 크게 다른 결과를 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농산물시장 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농을 서두르는 농가가 늘고 있다. 시간을 두고 농민의 이해와 수용이 바탕이 된 충분히 검증된 농본정책의 해법을 구할 때 다시 활기찬 농촌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국회 법제실 산업법제과 민경국 법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