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신용 사면은 ‘단기처방’/안대규기자

파이낸셜뉴스

이번 대선주자들의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에 대한 공약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즉각적인 사면을 약속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500만원 이하 소액 고리사채를 정부보증으로 은행대출로 전환하는 ‘신용 대사면’ 공약을 내세웠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도 270만명 신용불량자의 불량 채권을 자산관리공사가 인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700만 금융 소외자 지원 등을 위해 공적기금 8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는 한술 더 떠 은행이 400만명 신용불량자에게 20년 자동 무이자 융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공적 자금지원과 즉각 사면으로 채무불이행자 문제가 해소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이번 대선후보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의 숙원이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공염불에 그쳤다. 이는 ‘욕조에 물이 넘치는데 수도꼭지는 잠그지 않고 물만 퍼나르는 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단기처방인 셈이다.

신용 사면을 실시한다고 해도, 여전히 빚을 지고, 고질적으로 안 갚는 ‘모럴 해저드’형 채무자가 양산될 위험이 있다. 또 그동안 빚을 상환해온 건전한 채무자에게는 ‘역차별’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연체율을 낮추려 신용등급을 활용한 금융회사들은 ‘신용사면’이라는 정치적 판단에 신용 잣대가 흔들리게 된다.

물을 퍼나르지 말고 수도꼭지를 잠그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민생경제 회복과 신용교육 강화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우리는 신용교육이 거의 전무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달리 ‘채권 회수자=착취자’라는 잘못된 인식이 뿌리 깊게 새겨져 있는 것도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 적극적인 상환과 채권 회수를 장려하는 입장이고 대출문도 서민의 신용도에 따라 이용 가능하도록 낮춰져 있다.

이를 종합해볼 때 이번 대선 후보들의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즉각 지원 및 신용회복 공약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저 신용자나 영세서민을 위한 장기 처방책은 나올 수 없는 것일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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