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민영 산은’이 대표투자은행 되려면

파이낸셜뉴스

산업은행 민영화가 산은지주회사와 한국개발펀드(KDF) 설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원회가 2일 발표한 방안은 일부에서 거론돼 왔던 메가뱅크 방안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채 민영화 기간을 단축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메가뱅크 방안의 경우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형 투자은행(IB) 설립이 가능하지만 매각 규모가 워낙 커 단기간 내에 성사되기는 어려워 일단 산은을 민영화하고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추가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게 금융위 방안의 요지다.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금융 공기업 민영화의 봇물이 터지게 하겠다는 뜻이다.

산은의 강점은 기업금융에 있다. 과거 개발정책 위주의 시대에서 산은의 역할은 국가의 정책적 산업 육성에 한몫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규모 확대에 따라 산은의 상업금융 비중이 커졌고 민간 금융기관과 적지않은 마찰을 빚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산은이 민간금융의 발전을 제약하는 꼴이 된 셈이다. 금융위 방안은 바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상업금융은 지주회사형 IB로 만들어 민영화하고 정책금융은 별도의 기관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방안대로 진행되면 올해 안에 산은법 개정안과 KDF 설립법의 국회 통과에 이어 산은지주사가 설립되고 지주회사의 지배 지분(51%)은 오는 2011∼2012년에 매각된다. 한 마디로 숨가쁜 일정이다. 현재 정국 상황과 민영화 반대 여론을 감안하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산은을 인수할 수 있는 국내 기반이 취약해 외국 투자를 유치할 경우 자칫 국부의 해외 유출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IB 육성은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 따라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과 하이닉스, 한국전력 등 구조조정기업 및 공기업 지분이 대부분 KDF 설립을 위한 재원으로 넘어갈 경우 현재 산은은 연간 40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내는 그저 그런 금융회사로 전락한다. 추가로 인수·합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민영화를 위해 좀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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