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세금 돌려주는 물가대책의 허와 실
정부가 세금 환급을 포함해 총 10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고유가 민생대책을 내놨다. 작년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과 올해 기름값이 오른 덕에 더 걷히는 세금을 재원으로 활용키로 했다. 7월부터 시행될 이번 조치에 따라 일정 소득을 밑도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 화물트럭·버스·농어민·1t 이하 트럭 사용자 등이 혜택을 보게 됐다. 비록 1년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붙기 했지만 세금 환급은 전례가 없는 특단의 조치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효과도 의문시되고 고소득층까지 혜택이 돌아갈 유류세 인하는 일단 보류했다. 기름값이 배럴당 17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넘으면 그 때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강구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새 대책이 실시돼 하루라도 빨리 국민들이 환급금을 손에 쥐려면 먼저 예산 편성과 세법 개정 등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대목이다. 야당은 이제 장외투쟁을 거두고 원내에서 민생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지난 2월 미국 상·하 양원은 초당적인 협조 속에 총 1680억달러에 이르는 긴급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 이때도 핵심은 가구당 최대 1800달러까지 세금을 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서민을 위한 물가 대책은 당파를 초월한다. 쇠고기 장외투쟁을 핑계로 민생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지난 몇 차례에 비해 정부가 몇 가지 귀가 뜨일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총액은 수조 단위이지만 쪼개면 많아봤자 1인당 24만원에 불과해 피부로 느끼는 유가 부담이 덜어질지는 의문이다. 화물연대는 “경유값ℓ당 1800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 인상분에만 50%를 환급해주겠다는 정부 대책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예정대로 총파업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반발했다. 버스 업계도 요금인상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돈만 쏟아붓고 별 효과가 없으면 다시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인 예산 투입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재정만으론 한계가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원가와 운임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제도의 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