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주택시장 규제 과감히 풀자/정훈식 건설부동산 부장

파이낸셜뉴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건설사들을 위해 정부가 아파트 미분양 해소대책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에 그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지방의 아파트 미분양 해소를 위해 그동안 세 번 정도 대책을 내놓았다. 출범 직후인 지난 3월에 지방의 아파트 수요기반을 살리기 위해 부산과 대구, 충청권 등 지방의 투기우려 지역에 둘러쳐 놓았던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수도권을 빼곤 완전히 풀어젖혔다. 이어서 지방의 미분양 물량을 대한주택공사를 통해 정부가 사들이는 대책을 내놨고 오는 29일부터는 지방의 민간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전히 풀고 공공택지 분양아파트에 대해서는 전매제한을 완화키로 하고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미분양에 25조원 묶여 경영난 가중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되레 수도권 지역까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실제 2∼3년 전 만 해도 수도권에서 최고의 노른자위 지역으로 손꼽히던 경기 용인시 성복리 일대에서 이달 초 실시된 대형 브랜드 아파트는 순위 내 청약률이 20%를 밑돌면서 대거 미분양 물량에 편입됐다.

미분양아파트 적체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지난 3월 말 기준 정부 공식통계로 미분양 물량이 13만가구를 넘어 12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 미분양이 25만가구에 달하고 여기에 잠겨 있는 돈만 25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그렇다면 왜 미분양이 이렇게 쌓여 건설사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걸까. 답변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방은 과잉 공급과 경기 침체의 영향이고 수도권은 분양가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건설사 부도대란 우려 증폭

지방의 경우 대부분 주택보급률이 2000년대 초에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앞당겨 물량 공세를 벌였다. 여기에다 최근의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지방의 경기가 갈수록 침체하고 이로 인해 서민들의 지갑도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주택 수요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주택공급 물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주택수요 주기를 감안할 때 신규 수요가 창출되기까지는 최소 3∼4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수도권은 분양가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까지 분양 중인 민간택지 아파트 중 대부분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내놓은 물량들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민간택지 아파트들은 노른자위 지역에서도 분양시장에서 건설사들이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 주변의 신도시 등에서 가격이 이보다 20∼30%가량 저렴한 공공택지지구의 분양이 예고되면서 수요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게 주된 이유다. 대형의 고가 아파트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주택총부채상환비율 및 담보인정비율 등의 대출 규제가 직격탄이 되면서 수요 기반을 갉아 먹고 있는 상황이다.

■‘실효성’ 위해 금융·세금 규제 풀어야

아파트 미분양은 건설사들의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켜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수급 불안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집값 앙등을 불러온다. 실제로 주택건설사들의 이달 주택공급 예정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하반기에는 주택공급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와 함께 원자재 값 상승 등의 대외적인 악재까지 겹쳐 주택건설사들이 주택건설을 대거 미루거나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방에서의 미분양 증가는 지역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친다. 산업기반이 거의 붕괴된 대부분 지방에서는 고용창출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건설에 거의 의존하고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정부가 준비 중인 미분양 대책은 그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을 대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다. 이번에는 ‘집값 안정’이라는 굴레에 갇혀 이전과 같이 생색내기용 정책만 열거해선 절대 안 된다. 실질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대출 규제와 세금 규제 등을 과감히 풀어젖혀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는 수십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제도운영의 탄력성을 확보했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실제로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금융규제 등은 언제든지 풀고 묶을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다. 그래서 규제를 푸는 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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