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물가안정·체질개선 동시 추진 필요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우울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내놨다. 지난 3월과 비교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 안팎에서 4%대 후반으로 떨어졌고 물가는 3.3% 수준에서 4.5% 안팎으로 높아졌다. 일자리 창출은 35만명에서 20만명으로 줄었다. 성장률 하락과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의 중점을 물가와 민생 안정에 두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나마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는 연간 기준이다. 7∼12월 하반기만 보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한층 피부에 와닿을 것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하반기 경기는 갈수록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국은행은 하반기 성장률이 3.9%에 그치고 물가는 5.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한국 경제가 겪는 어려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름값 폭등에서 비롯된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은 전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는 건 어쩔 수 없다. 앞으로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떨어지거나 최소한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꿈 같은 시나리오가 전개되기만을 바라며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누차 얘기한 대로 지금 정부가 펼 수 있는 최선책은 경제 체질을 바꿀 펀더멘털 개혁에 주력하는 것이다. 민간에 넘겼을 때 효율이 향상될 공기업부터 신중히, 그러나 꾸준히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편도 속도를 내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이미 약속한 규제개혁도 멈칫거려선 안 된다. 고유가의 근본대책으로 꼽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뒤로 숨지만 말고 공론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한 달 넘게 공전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내각은 내각대로 일괄 사의를 표명한 지 스무날을 넘겼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 담긴 세부적인 물가·민생 대책은 그대로 추진하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근본 개혁에 주력할 것을 재차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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