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돈줄 죈다’에 증시 급락·금리 급등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였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고비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속에 증시는 급락하고 시장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통해 돈줄을 죄는 긴축을 암시한 것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는 공감하지만 행여 긴축이 부동산 시장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을 신신당부한다.
정부의 돈줄 죄기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은 대출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하고 기업은 인수합병(M&A)용 자금 대출을 억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긴축은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어 정부도 고민이 크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급속도로 대출 회수를 구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정한 선을 그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신중한 긴축을 다짐했지만 일단 정책 기조가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바뀌었으니 어느 정도의 유동성 축소와 금리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6%, 은행의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9% 안팎으로 뛰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0개월째 5%에 묶어두고 있지만 시장금리와 격차가 더 벌어지면 금리인상 압박이 커질 것이다.
금리가 뛰면 가장 걱정되는 게 금융과 밀접하게 얽힌 부동산 시장이다. 가뜩이나 집값이 떨어지는 판에 주택을 담보로 빌린 돈의 이자가 높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미분양 홍수 속에 금융권이 건설사들에 빌려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시 잠재적 시한폭탄이다. 잇따른 건설사 부도는 불길한 조짐으로 읽힌다. 만약 겁 먹은 금융사들이 앞다퉈 대출 회수에 나서면 바로 그때가 시중에 돈이 싹 마르는 신용경색의 출발점이다. 최근의 미국, 과거 일본의 금융위기가 다름 아닌 부동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물가를 잡자니 경기가 죽고, 경기를 살리자니 물가가 뛰는 참으로 어려운 형국이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정책을 펴면서 대외여건의 호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만 부동산발 신용경색 가능성만은 사전에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