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대기업 법인세 인하 유예’ 문제 있다
대기업 법인세 인하 시기를 당초 약속한 것보다 1년 늦추기로 한 한나라당의 방침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6월 발표한 법인세 법 개정안에는 ‘올 사업소득부터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올 8월에 내는 중간예납분부터 인하한 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대기업에 대해 ‘1년간 유예’는 정부와 집권 여당이 약속을 뒤엎은, 이른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순이익 2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를 1년 유예하면 정부는 8조4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택시 등 운송업계 구조조정과 영세 자영업자 지원 재원 등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정책의 신뢰성, 나아가서 정부 여당에 대한 불신감 확산으로 잃는 것이 더 많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곤경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가 지난 몇년 동안 이어져 온 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대기업 옥죄기에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재원이 부족하면 차라리 국채를 발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가 정책으로 다짐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 상반기 국내 총투자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0.5%에 지나지 않는다. 그 대신 해외직접 투자는 신고 기준으로 42.8% 늘어났다.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대기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옥죄기로 유발된 결과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투자와 고용확대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반드시 기업만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리겠다고 큰 소리를 쳐 온 법인세 인하까지 1년 연기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믿고 또 누구를 믿고 경영계획을 세우며 투자계획을 세운단 말인가.
따라서 정치권은 우선 투자환경 정비와 정책의 신뢰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다른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준비중인 ‘경제 살리기에 필요한 11개 법안의 조속한 처리’ 요청부터 진지한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법인세 인하에까지 차등 대우를 받는 대기업에 대해 정책적인 보응이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