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서민이 잘사는 경제 만들기 /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위기를 넘어 도약하는 2010년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갖고 출발했던 올 한 해도 반환점을 돌고 있다.

국민 모두가 위기 극복을 위해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노력한 결과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도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고 있다.

올 1·4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8.1%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고용도 4월 40만명에 이어 5월에는 58만명 이상 늘어나면서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위기 기간 한국 경제에 비판적이던 파이낸셜타임스지가 올 4월 말에는 한국이 ‘교과서적인 회복(a textbook recovery)을 이루어내고 있다’며 달라진 평가를 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 5%보다 높아져서 5.8%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 증가폭도 당초 예상보다 확대돼 연간으로 3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올 하반기 우리 경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성장, 고용 등 경제지표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데 그만큼 서민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어느 경제나 위기가 오면 서민·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이 가장 먼저 어렵게 되고 회복 과정은 가장 늦다.

또한 수출기업과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서민계층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이러한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는 하반기 정부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우리 경제의 두번째 과제는 상시화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위기는 재정위기로 변화되고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 여파가 동유럽과 두바이를 거쳐 올해 들어서는 남유럽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럽경제의 위축이 세계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세번째는 경제구조 및 미래위험과 관련된 것이다. 우리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중국, 인도 등 후발국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수출주도형’과 ‘대량생산체제’라는 과거의 성장모델이 한계를 맞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도 우리 경제에 큰 위험요인이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의 기본방향을 설정했다.

서민들의 체감경기 개선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자 한다. 서민물가를 안정시키고 의료비, 교육비 등 생계비 부담을 줄여 나가겠다. 거시경제의 성과가 대기업·수출기업에서 전 부문으로 확산되도록 기업 간 거래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활력을 높이도록 하겠다. 사회안전망을 보완해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일과 교육을 통해 자활을 촉진해 나갈 계획이다.

거시정책기조는 최근의 경기회복 흐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고자 한다.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고 체감경기 개선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측면과 잠재적인 물가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 경제의 위기대응능력을 제고하고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방향이다. 정부는 녹색성장과 연구개발(R&D) 투자 등으로 신성장동력 기반을 확충하고 과보호 영역의 진입규제를 개선해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높여 나가겠다. 미래에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 저출산·고령화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미국 서부 해안에 ‘세콰이어’라는 나무가 많은데 뿌리가 얕아서 바람이 조금이라도 세게 불면 날아갈 것 같지만 거센 강풍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그것은 이 나무가 숲을 이루어 얕은 뿌리이지만 서로 단단하게 얽어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새로운 경제질서가 형성돼 가고 있는 지금 우리 경제가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국가경제의 먼 장래를 내다보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정부도 공정한 경쟁 속에서 창의와 활력이 넘치고 서민들의 생활이 넉넉해지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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