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분양가상한제 합리적 개선 필요/육동연 한국법제발전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주택은 상품이면서도 사람이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다. 그래서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시장원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집값 안정을 위한 최선의 정책은 공급을 늘려 수급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집값 안정을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으면서도 공급확대를 가로막는 엇박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주택건설 물량(건축허가·사업승인 기준)은 2008년 37만가구, 2009년 38만가구, 2010년 38만가구 등으로 그 이전보다 연간 평균 10만가구 정도 줄었다.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부문 주택건설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물량이 줄어든 것은 민간부문의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니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건설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오는 2012년부터는 수도권에서만 연간 7만가구 정도의 주택부족과 이에 따른 집값 앙등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부산의 사례에서 보듯이 집값 상승 경고등은 이미 ‘빨간불’로 바뀌었다. 주택공급 부족은 필연적으로 야기될 수밖에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냐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주택가격 폭등 가능성만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건설 분야는 지난 수년간 침체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말부터 올해까지 시공능력순위 100위 이내의 중견 건설업체 중 29곳이 부도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또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얼마 전 LIG건설과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의 법정관리 신청도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그 원인도 역시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직결된다. 주택건설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자금 압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 ‘거품’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오히려 동반부실, 공멸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긴박한데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라는 다분히 경제적 정책의제가 정치의 함정에 빠져 관련법 개정안 처리가 2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풀면 집값이 오르고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게 법안 처리 지연의 주된 이유다. 이런 배경에는 건설업계에 대한 정치권 등의 깊은 불신도 깔려있다. 그들에겐 건설업체의 연쇄도산이 서민경제와 무관한 남의 일처럼 비쳐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설 분야가 무너지는데도 경제가 온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당장의 선명성 경쟁으로 조만간 닥쳐올지도 모를 집값 앙등의 우려를 외면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본분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법과 제도는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민간 분야에까지 가격통제를 강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 영업활동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며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되는 일이다. 굳이 분양가 상한제의 위헌적 요소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중산층과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이 집값 앙등으로 인해 또다시 꺾이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분양가 상한제는 이른 시일 내에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