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실크로드를 가다] (5)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14세기 각종 향신료 교역 '세계 해항도시'로 명성
해양실크로드 탐험대를 태운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는 지난 1일 오후 세번째 기항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항에 입항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항 입항에 앞서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배가 적도를 통과하는 것을 기념해 선상에서 '적도제 바비큐 파티'도 했다.
'순다 끌라빠' '자야카르타' '바타비아'는 위대한 승리라는 의미를 가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옛 명칭으로 그 역사와 맥을 함께한다. 힌두 왕국인 '순다', 불교 제국인 스리위자야의 중요 해항도시였던 '순다 끌라빠'는 전략적·상업적 요충지로 가까이는 인도나 페르시아지역, 멀리는 유럽과 중국·일본 등지를 연결하는 무역 교통로로 활용됐다.
자카르타는 14세기 이미 양질의 후추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가 거래되는 무역항으로 해양실크로드로 불릴 만큼 세계무대에서 중요한 해항도시로 자리를 굳혔다.
이슬람 왕국인 드막이 각종 향신료와 양질의 열대작물을 찾아온 포르투갈과 순다를 굴복시키고, 도시의 이름을 자야카르타로 지었다. 자카르타라는 이름으로 바뀐 자야카르타는 바로 서구 세력인 포르투갈, 힌두와 불교 왕국에 대한 위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명명이다. 드막과 또 다른 이슬람 왕국 반텐의 시기에 자카르타는 이슬람을 수용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향신료 교역의 거점이라는 위상으로 17세기 초에는 네덜란드와 영국이 이 지역에 상관을 설치했다. 단순한 향신료 교역이 아니라 독점이 야망화되면서 영국과 반텐은 전쟁에 지고, 승리한 네덜란드는 1619년 이 도시를 바타비아로 명명했다. 바타비아는 이제까지 각종 향신료와 열대작물을 교역하는 항구이자 상업적 기회의 장으로 계속 발전한 반면 이들 작물의 생산지를 직접 지배하고자 한 네덜란드의 야심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내지를 식민화하는 전초기지가 되기도 했다. 이 시기 네덜란드는 수도 암스테르담을 본떠 바타비아 건설을 추진, 현재 자카르타 시내의 북쪽 옛 성채 지역인 꼬따 지역에서 그 영향을 뚜렷이 볼 수 있다.
1949년 인도네시아 독립 이후 자카르타가 된 이 해항도시는 이렇듯 4세기 이후의 역사지층을 문화적 자산으로 지니고, 줄곧 상업과 교역의 중심지로 성장해 현재는 1000만이 넘는 인구를 자랑한다. '브따위'로 불리는 이들 자카르타인은 18~19세기 사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삶과 꿈을 찾아 바타비아로 이주해온 '바타비아 사람들'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들은 인종과 언어, 음식과 복식, 관습 등 서로 다른 문화적 다양성을 형성하며 바타비아 특유의 브따위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토착 문화였던 순다 문화나 자바 문화와 구분되는 브따위 문화는 기본적으로 순다와 자바 문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으나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중국계와 아라비아계 문화가 혼합돼 바타비아 특유의 문화로 발전했다. 네덜란드 식민 시기 더욱 발전된 바타비아의 이런 문화적 유산은 오늘날 '다양성 속의 통일'을 강조하는, 자카르타로 대표되는 인도네시아 문화로 접목돼 전역에서 숨 쉬고 있다.
해항도시 자카르타가 해양실크로드상에서 취득한 문화교섭을 통한 다양성과 통일, 관용의 정신은 종교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카르타 독립기념탑 모나스에서 메르데카광장 근처의 이슬람 사원과 가톨릭 성당이 서로 마주보며 나란히 서 있는 광경을 바라보면 생경하지만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자카르타의 문화교섭 양상은 거리 풍경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자카르타를 걷다 보면 네덜란드 식민 시기에 비롯된 문화유산인 동서양의 건축양식을 마주할 수 있다. 자카르타 구도심의 중앙상업지구이자 금융 중심지인 꼬따 지역에서는 네덜란드 식민지배 당시 시청 건물이던 역사박물관을 비롯해 네덜란드풍 건축양식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대통령궁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 또한 네덜란드 식민지배의 건축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해양실크로드 탐험대를 태운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는 지난 3일 오후 4시30분께 말레이시아 말라카로 향했다. 군도 내 수많은 저수심 해역과 침선들로 인해 경계태세를 늦출 수 없어 출항 당일과 이튿날까지 해적 침입에 대비해 당직을 이어가야 했다.
노영순 한국해양대 국제해양硏 HK교수·이윤석 한국해양대 선박운항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