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집 사겠다는 수도권 전세난민
"매매가보다 비싸게 전셋값을 부르는 집 주인도 있습니다. 전세가율 100%를 웃돌 경우 거래 이후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어 그런 물건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전셋값이 올랐으면 그러겠어요"
서울 강서구 가양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70%에 육박하면서 전세시장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깡통전세를 외면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세입자들의 이동이 증가해 주택값이 상승하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전세난으로 오피스텔이나 원룸 전셋값을 매매값보다 높게 책정한 임대사업자도 등장했을 뿐 아니라 전세 품귀현상으로 대기 수요자들이 예약까지 하면서 전세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14일 KB국민은행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월 평균 전세수급지수는 177.3이다. 지난 2012년 같은 기간 평균인 152.3보다 20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국민은행의 전세수급지수 조사는 전세수요와 공급을 0에서 200까지 지수로 나타내는 것으로, 200에 근접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최근 2년간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9016만원에서 2억2394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2년 전세 계약한 수요자는 올해 재계약을 하려면 3300만원가량 더 올려줘야 한다. 재건축 전세대란이 우려되는 서울 강남권의 경우 2년 사이 평균 전셋값은 5175만원 증가했다.
■전세가율 100%?
이날 현재 서울 가양동 가양역 중심으로 반경 400m 내에는 오피스텔 14개, 무려 2400여실이 공급돼 있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전세 물건은 고작 2~3건에 불과했다. 상당수 수요자들은 귀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예약까지 주저하지 않았다.
저금리 기조로 임대수익을 원하는 집주인은 전세를 내놓지 않는데 월세에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는 전세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양역 앞 H중개업소 대표는 "매매가 변동이 없는 데도 전셋값은 오르고 있다"며 "비싼 전셋값에도 전세 찾는 수요자가 잇따라 거래를 하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이 일대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90%를 넘어섰다. 전용면적 26.4~29.7㎡ 기준 매매가는 1억2000만~1억3000만원, 전세가는 1억1000만~1억2000만원 수준이다. 1000만원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구별되는 상황이다. 일부 오피스텔의 전세가율은 100%를 웃돌기도 한다는 것이다.
강남권의 대표적인 오피스텔촌으로 꼽히는 역삼동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피스텔 공급이 많은 지역이어서 전세 물건 품귀현상은 나타나지 않지만 대기수요에 맞춰 전세계약이 바로 체결되는 실정이었다.
역삼동 L중개업소 대표는 "월세 물건이야 늘 있지만 전세는 없어서 거래를 못한다"며 "공실률이 20%대에 달하지만 전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은 없고 급한 경우에도 반전세 정도로만 내놓는다"고 말했다.
■세입자 이동, 집값 상승 기현상
경기침체로 집값이 하락한 일부 지역에서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근저당률이 높은 매물의 경우 전셋값이 대폭 조정됐다. 또 서울지역 전세금으로 내집을 마련하려는 세입자들의 이동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한 지역도 나타났다.
인천 중산동 H아파트의 경우 융자가 없는 물건은 전셋값이 5000만원가량 높게 형성됐다. 인근 S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이 60% 잡혀 있는 가구는 약 8000만원대를 형성하는 반면 융자가 없는 가구는 1억4000만원대에 전세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집값이 꾸준히 오르던 예전에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도 전세금을 지금처럼 대폭 내리지 않았지만 집값이 떨어지고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나오면서 세입자들이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서울지역 전세금으로 내집마련을 희망하는 세입자 이동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지역도 있다.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 쌍용예가의 경우 서울 주택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전용 101㎡가 2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인근 아파트의 미분양 잔여물량도 계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email protected] 박인옥 기자 김은희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