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진핑, 아베 만나 역사인식 훈계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계개선에 나서고 러시아도 일본과 평화조약 체결을 논의하는 등 새로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2년6개월 만에 열린 중·일 정상회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에 대해 훈계한 반면 아베 총리는 양국 관계가 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뗐다고 평가해 서로간에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와 만나 시종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작심한 듯 역사문제를 끄집어 냈다.

시 주석은 "중국 정부는 대일관계를 일관되게 중시한다"며 "중·일 간 4대 '정치문건'의 기초 위에서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로 향한다'는 정신에 따라 중·일 관계의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양국 간 합의한 정치문건과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정부가 밝힌 약속을 준수할 때만이 아시아 주변국과 미래를 향해 발전하는 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역사인식 등 4개항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중국의 평화 발전은 일본과 세계에 중요한 기회"라면서 "일본은 양측이 달성한 4개항의 공동인식을 실현하고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함으로써 이를 새로운 기점으로 삼아 일·중 간 전략적 호혜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는 역대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에 관해 밝힌 '인식'을 지속적으로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회담 직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 양국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일·중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가 원점에서 다시 첫 발(제1보)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동중국해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해상 연락 메커니즘을 가동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사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향후 댜오위다오 역사인식 등에 관한 양국의 4개 합의 사항에 대해 실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갖고 서부노선 가스공급 등 17건의 협력문서에 서명했다. 이 사업은 연간 300억㎥의 가스를 30년 동안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양국은 1000억㎥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미국의 외교 정책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이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갖고 평화조약 체결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도 북한의 미국인 인질 석방을 계기로 관계개선에 물꼬를 트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2명을 석방한 것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통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이처럼 그동안 대립 관계였던 중국과 일본, 미국과 북한, 러시아와 일본이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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