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조약, 부처 '교통정리' 안돼.. 조정은 산업위, 심사는 외통위가
국가 경제의 생태계를 바꿀 중차대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비합리적인 국회 비준 절차 때문에 부실 심사 논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통상조약의 진행 절차마다 정부의 보고를 받고 의견을 제시하는 주무 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통상조약 비준동의안 심사는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뤄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이관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통상조약과 관련한 부처 간 교통정리가 안돼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통상교섭 및 통상교섭의 총괄·조정은 산업부에서 담당하지만 조약·기타 국제협정에 관한 사무는 외교부가 최종 승인하게 돼있다. 통상 기능은 산업부로 넘겼지만 조약 체결에 대한 업무는 외교부에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외통위 한 관계자는 "이론적 내용은 차치하고 현실적으로는 외교부가 최종 비준을 자기 권한이라 생각해서 놓지 않으려 한다"면서 정부 부처 간 업무 분담과정에서 외교부의 우위 선점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제 조약에 대해서는 전부 외교부 장관이 최종 사인을 하게 돼 있다. 전문성을 가진 각 부처가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만 현재 정부조직법 하에선 외교부 장관이 최종 승인을 하는 것"이라면서 "이 권한을 외교부가 절대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정상적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가 통상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한·호주, 한·캐나다 FTA 비준도 졸속 부실 심사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외통위 소속 모 의원은 한·호주, 한·캐나다 FTA 진행 상황에 대해 "실무적인 내용은 산업위, 농해수위 등 실무 상임위 중심의 여·야·정 협의체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자세히 모른다"면서 "외통위는 절차과정에만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협상 과정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외통위가 FTA 최종 비준을 동의하는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된 대목이다.
최근 외통위 내부에서조차 "보고 한번 하고 비준동의만 해달라면 뭘 아느냐"는 위원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산업위와 함께 외통위에도 관련 사안을 보고하는 방식의 미봉책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실무 보고와 비준을 각기 다른 부처에서 담당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관련 입법심사는 답보상태다.
산업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은 이미 지난해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부 의원은 "정부에서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공동 부서가 담당하든가 외교부·법제처와 협의해야 하는데 이것이 나오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입장"이라면서 "통상절차법 개정안은 그간 정부에서 많은 반대의견을 냈기에 여야 간사 조율을 통해 최대한 협의하고 이견을 좁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개정안을 만들어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