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서 모셔가는 '황금인력'
기술금융 심사역·은퇴전문 상담가의 공통점은
변리사·공인재무설계사 등 경력직인력 위주 채용 활발
고용한파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권에도 유독 채용 열기가 뜨거운 분야가 있다.
기술금융 심사역과 정보기술(IT) 보안전문가, 은퇴전문 상담인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저성장·저수익 기조로 인해 점포 통폐합 및 인력 구조조정이 한창인 은행들 사이에서도 서로 모셔가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황금 인력'들로 꼽힌다.
매월 기술금융 실적 달리기를 이어가고 은행들은 부족한 기술심사역을 충원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 영입에 열의를 보이고 있고, 별도 전문 심사역을 갖추기 힘든 은행은 아예 자체 교육을 통해 인력 보강에까지 나섰다.
특히 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사태에서부터 피싱·파밍 사고 등으로 인해 IT 보안인력 채용에도 활발하다. 이 외에도 은퇴설계 전문가나 방카슈랑스 전문인력을 비롯해 대출(여신) 영업 전담직 등 영업점 전문 상담인원도 크게 늘리는 추세다.
■기술금융 1등하자…채용 활발
12일 금융권 및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1922억원이던 기술신용대출 규모는 11월 말 현재 5조8848억원으로 출시 4개월여 만에 30배 넘게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은행들이 기술보증기금이나 온렌딩 등과 같이 별도의 보증 없이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떠안은 채 진행한 기술신용대출은 지난 4개월 동안 309억원에서 3조8475억원으로 무려 100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업계 분위기를 보여주듯 은행들도 기술금융 전문인력을 채용하기에 분주하다.
신한은행은 현재 여신기획부 소속 기술평가 전문인력 등을 채용하고 있다. 주로 지식재산권(IP) 평가나 기업가치 평가 및 산업분석 관련 업무 등 기술평가 전반에 걸친 심사업무와 함께 관련 평가모델을 개발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변리사 자격증을 소지했거나 기술평가업무 종사 경력이 3년 이상인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도 현재 지식·기술 전문가 10여명을 채용해 연내 '지식.기술가치 평가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하겠다는 목표 아래 진행 중이다.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기계, 금속, 정보통신, 화학 등 분야별 전문인재를 발탁해 기술평가부터 유망기술 등 산업정보 파악 등의 업무를 전담케 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도 지난 9월 신설한 기술평가팀을 통해 이공계 출신 직원과 함께 이례적으로 외부 전문인력인 변리사를 특별 채용한 바 있다. 내년에는 규모를 더 확대해 기술 전문직을 채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관계자는 "기존 대출심사역 대부분이 기술평가에 있어 관련 전문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 기술대출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특히 매달 은행별로 기술금융 실적 줄 세우기가 이어지는 등 기술금융을 확대하는 당국의 주문이 늘고 있어 관련 인력을 더 보강하지 않으면 안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모뉴엘과 같은 부실대출을 막고 관련 실적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기술 전문인력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고 전했다.
■'일당백' 모셔라…분주한 은행들
현재 은행들이 주력하는 국내 사업분야만 보더라도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은퇴설계시장이다. 이미 신한·우리·하나·국민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이 자체 은퇴브랜드를 갖추고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은퇴설계 상담사 모집에도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나 개인재무설계사(APEK) 등의 자격증을 갖추고, 퇴직연금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을 수료한 경력인력 등을 채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선 주로 대출(여신)영업 전담직 규모를 확대하는 등 영업인력을 크게 늘리고 있다. 주로 대형 은행들에서 관련 업무 경험을 쌓은 경력직원들을 우선 채용,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아울러 비대면채널이 활성화됨에 따라 IT본부 인력도 크게 늘리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초 농협은행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에 남승우 전 신한카드 IT본부장을 선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IT보안인력 채용에 인색했던 은행권에서도 연일 터지고 있는 비대면채널 관련 사건·사고로 인해 정보보호나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유지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면서 "이 밖에 점포 통폐합이 활발한 은행들은 최소한의 창구직원과 영업인력을 갖추기 위해 영업에 정통한 '영업통'을 영입하거나 금융실무 경험이 많은 계약직 전문인력을 풀로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고민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