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국회 캐비닛 속에서 잠자는 국민안전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초고층 피난기구 설치법, 다른 법안에 밀려 계류중

새누리당과 정부가 의정부 아파트 대형화재 사고의 후속 대책으로 초고층건물에 피난기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이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관련 법안이 1년이 넘도록 계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이 취득세 영구인하 법안, 담뱃값 2000원 인상 법안 등 정부가 추진하는 현안만 뒷받침하느라 정작 국민 안전과 관련된 법안은 '뒷짐'지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이 현행 소방법(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시행령에 따라 10층까지만 설치할 의무가 있는 피난기구를 11층 이상에도 의무화하자는 개정안을 낸 건 지난 2013년 9월이다.

김 의원 측은 "초고층건물 신축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시행령에 가로막혀 건물의 11층 이상에는 완강기 등 피난기구를 설치할 수 없는 부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면서 "우선적으로 특정소방대상물이라도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소방법은 같은해 12월에 딱 한 차례 상정된 이후 한번도 논의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보다 1년 앞선 2012년 8월에 특정소방대상물 10층 이하에 설치된 완강기나 공기안전매트의 실효성이 떨어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도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수인피난설비'를 의무화하는 동명의 법안(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대표발의)도 발의됐지만 같은 해 2차례 논의에 그쳤다.

안전법안이 국회 안행위 '캐비닛' 속에서 잠자는 동안 안행위는 2012년 9월과 2013년 9월에 취득세 인하 법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둘 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거래 정상화를 위해 시급하게 요청한 현안이다.

2012년 9월에는 주택 취득세율을 그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낮춘 법안을 논의해 진통 끝에 의결했고, 지난해 정기국회에는 안행위가 취득세 영구인하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의견차로 파행을 거듭하다 12월 9일이 돼서 법안이 통과된 뒤 안행위가 정상화된 바 있다. 작년 정기국회에 안행위는 누리과정 지방채 발행 문제, 국가안전처 신설문제, 담뱃값 2000원 인상문제 등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형적으로 정치권이 현안만 쫓다 기본을 등한시한 사례로, 시급한 현안이 부상하면 다른 법안은 뒷전으로 밀리는 이런 행태는 고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지금부터 소방법을 '늑장심사' 한다 하더라도 소급적용은 불가능한 데다 소방법과 건축법 등 다른 법안이 충돌하고 있어 법안 개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법안이 논의될 당시에 건축법과 시설유지관리법 등을 먼저 개정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유를 들었다"면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반대의견이 나온것도 아닌데 그 이유로 소위에서 논의가 보류됐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용역 결과도 소방법 개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했지만 소관 기관인 소방방재청 역시 건축법 등의 선개정 필요성을 들며 법안 처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email protected] 박소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