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늬만 변호사 사무실'에 철퇴...명의 빌린 사무장도 유죄판결
변호사 이모씨는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자신의 지역구인 A에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변호사 활동은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었지만 선거운동을 위한 거점이 필요했기 때문에 분사무소 형태로 개업을 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정모씨를 분사무소 사무장으로 채용한 후 모두 업무를 정씨에게 맡겼다. 수익의 대부분도 정씨가 챙겼다. 신청서 작성등 간단한 업무뿐만 아니라 소장이나 답변서 작성도 정씨가 처리했다. 이 변호사는 가끔씩 개괄적인 운영에 대한 보고만 받는 수준이었다. 이 사실은 오래지 않아 검찰에 적발됐고 지난 2009년 이 변호사와 정씨는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법정에서 이 변호사는 "항상 출근한 것은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출근해 사무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고 직원채용에도 관여했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업무를 지휘감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무장 정씨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이 변호사가 업무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실토했다.
이 사건에 대한 하급심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변호사법 위반혐의를 인정해 이 변호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정치활동을 위해 법률사무소 운영을 소홀히 했다고 해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변호사가 법률사무소 운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무장의 진술이 있고, 법률사무소 수익도 대부분 사무장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형사합의부로 26일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선거운동 등 대외활동에 전념하던 이 변호사가 자신의 지명도 제고를 위해 법률사무소를 유지했고 사무장 정씨에게 운영을 일임하면서 자신의 명의를 이용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변호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없이 법률사무의 취급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조계는 "대법원이 일부 변호사들의 잘못된 관행에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최근들어 대법원이 이른바 '사무장' 법률사무소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2일 사무장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고정수입을 받아온 윤모 변호사(41) 등 변호사 7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윤 변호사 등은 개인회생·파산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사무장들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건당 8만원~11만원씩을 받아 챙기는 등 최대 1억76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여러 가지 탈법행위가 적발되고 있다"면서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변호사로서 반드시 지켜야 한계가 있는 만큼 법원 뿐만 아니라 변호사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장용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