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수백억 벌고 벌금은 고작 3000만원.. 솜방망이 규제 '위장 中企' 키웠다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견 및 대기업들이 입찰이 제한된 공공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사업을 따내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강력한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중소기업기본법 28조에 따르면 거짓으로 중소기업시책에 참여한 자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고작이다. 게다가 판로지원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 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뿐이다.

위장중소기업으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벌금은 그 100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 실제로 케이씨씨홀딩스가 설립한 시스원은 지난 2년간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해 475억5000만원 가량을 납품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위장중소기업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실정이다.

삼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표는 이번 조사에서 5개의 위장 중소기업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표는 지난 2013년에도 1개의 위장 중소기업이 적발됐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년새 위장중소기업 수를 늘린 것.

위장중소기업 운영 수법도 더 고도화됐다. 삼표는 공공 조달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최대주주 및 친족 관계에 있는 특수관계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도록 하는 지분 관계를 형성한 후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했다.

중소기업들은 위장중소기업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낮은 규제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중소기업계는 위장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위장 중소기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대.중견기업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전.현직 대표나 임원들을 위해 새롭게 중소기업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며 "위장 중소기업을 만드는 대.중견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위장 중소기업 근절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책은 쉽게 마련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공공 조달시장에서 위장 중소기업으로 확인된 기업과 관련 있는 대기업도 공공시장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년이 넘도록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기업이 아닌 정부다. 추 의원의 법안에 대해 대.중견기업까지 공공조달 시장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며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것.

조달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모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위장 중소기업들 만들어 수백억원을 납품하고 있는데도 실질적 제재 조치는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정부가 대기업들의 위장 중소기업 설립을 실질적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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