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여론조사는 민의 왜곡의 저수지?
여론조사가 각종 정치권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신뢰도 낮은 여론조사 방식을 사용하거나 결과를 왜곡하는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들이 거의 동일한 집단을 대상으로 같은 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마저 상반되게 나와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여론조사의 병폐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착신전환 등 조작행위와 표본추출의 대표성 확보, 무분별한 여론조사 전화로 인한 국민의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이 현 선거 여론조사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국회를 중심으로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안심번호를 사용하거나 심의제도 강화, 사전 신고 예외 대상 삭제 등을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의존도는 높은 반면 조사의 신뢰도는 지극히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과 왜곡은 물론 관행적인 조사방법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화 착신 전환 등의 방법으로 당내 경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사건 등 여론조사 왜곡 사례 4건을 적발해 고발했다. 또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는 정당 및 후보자의 이의신청 22건과 자체 모니터링 21건 등 총 43건을 심의해 이 가운데 30건을 위반정도에 따라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최근엔 새정치연합 당대표 자리를 놓고 벼랑 끝 승부를 벌이고 있는 문재인·박지원 후보가 각각 대의원 985명,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각 조사의 지지율 1위 후보가 다르게 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집단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됐지만 조사기관에 따라 상반되게 나오는 결과로 인해 유권자의 혼란만 초래하고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모 당직자는 "질문만 들어도 어느 캠프에서 조사를 의뢰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며 "아마 우리당 많은 당원들도 여론조사를 그대로 믿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론조사자료(Raw Data)가 업체에서 해당 캠프로 넘어간다고 생각한다. 실제 그런 예를 보기도 했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고 끊는 편"이라며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조사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대표성 확보 문제가 가장 큰 화두다.
최근에는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을 유선전화는 물론 휴대전화 조사에도 활용하고 있다. 다만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전화번호와 소유자의 거주 지역이 연계되지 않아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를 제외하고는 사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여전히 지역단위의 여론조사는 대부분 유선전화 조사를 사용하는데 유선전화 가입자가 크게 감소하고 집에 유선전화 없이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경우와 인터넷전화 사용자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다.
이밖에 여론조사 대부분이 ARS 방식으로 진행돼 응답률이 저조하다는 것과 응답자의 가중치로 표본을 보정함에 따라 표본과 모집단의 특성이 달라지는 등의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또 촉박한 조사기간에 따라 재접촉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반복 응답자에 따른 판에 박힌 분석이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여론조사 응답자의 익명성을 보장과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방안들이 정치권에서 모색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은 가상휴대전화번호(안심번호)를 이용한 휴대전화 여론조사 방식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안심번호는 실제 전화번호 대신 암호화 프로그램으로 생성된 가상의 번호다. 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방법은 피조사자의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고, 응답자의 전화번호와 거주지역이 연계될 수 있어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민 의원 측의 설명이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도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선거여론조사 토론회에 참석해 여론조사의 응답률을 높이고, 가중치 부여에 있어서도 구체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 의원은 제도개선을 위해 공직선거법상 선거여론조사 사전 신고 예외 대상을 없애 당내 경선 등을 제외한 사전 신고 의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강 의원은 1인 인지도 조사를 빙자해 후보자가 의뢰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공표해 여론조사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를 막기 위해 1인 인지도 조사를 언론 등에 공표.보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더불어 선거철 빈번한 여론조사 전화로 인한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여론조사 거부자 명단을 활용해 전화를 차단하는 '두낫콜(Do-Not-Call)' 시스템 도입도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조지민 정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