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 10곳 중 3곳 감사비용 '덤핑'
회계감사 시장 고질적 저가 감사보수 여전
甲 피감기업 저비용 선호 乙 회계법인 일감 태부족
한전 4년새 27.59% 축소 부실 감사 가능성 높아져
#1. 국내 상장사 A업체는 지난해 외부감사를 다른 회계법인을 교체했다. 덕분에 연간 1억원 안팎의 회계감사 수수료를 7000만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2. B업체도 올해 말 외부 회계법인과의 계약이 만료된 뒤 회계법인을 교체할 뜻을 시장에 내비쳤다. 소식을 들은 대형 회계법인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업체마다 감사보수를 20~30%이상 낮추겠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회계감사 시장의 고질적인 저가 발·수주가 기업 회계 리스크를 키우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갑'인 피감 기업은 낮은 감사비용을 원하고 '을'인 회계법인은 일감 확보를 위해 감사보수를 스스로 낮춰 '덤핑'수주하다 보니 부실 감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공인회계사회-기업이익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조정기구를 만들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사의 감사비용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정체 상태였고 오히려 줄어든 상장사도 3곳이나 존재했다.
국내 증시 시총 1위 기업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36억9000만원의 감사보수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감사보수가 36억500만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2.36%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POSCO 역시 18억4000만원에서 19억1100만원으로 3.8% 상승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00에서 108.8로 8.8%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전력,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 기업은 오히려 4년 전에 비해 회계 감사비용을 크게 줄였다.
회계 감사보수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한국전력으로 15억2600만원에서 11억500만원으로 27.59% 깎았다. 이어 SK텔레콤이 15억6400만원에서 12억8000만원으로 18.16%, SK하이닉스 역시 7억5000만원에서 6억8500만원으로 8.67% 줄였다.
이 가운데 감사비용을 늘린 곳도 있었지만, 이는 감사비용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경우 감사비용을 2010년 14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8억원으로 25% 증액했다. 하지만 감사에 소요된 시간은 1만4950시간에서 2만999시간으로 감시비용 증가폭을 크게 웃도는 40.4% 늘어났다. 신한지주 역시 감시시간은 41.1% 늘었지만 감사비용은 36.6% 늘리는데 그쳤다.
다만 NAVER는 감사시간을 71.8% 늘리는 대신 감사비용은 118.7% 증액했다. 이밖에 삼성에스디에스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감사비용이 4억4500만원에서 9억6000만원으로 늘었고, 현대모비스도 3억9800만원에서 5억4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저가 덤핑이 만연하다 보니 회계사들에게 '자본시장 파수꾼' 본연의 역할을 기대할 수도 없게 됐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회계감사의 경우 매니저급 책임자 1명을 포함해 5인 이상의 회계사를 투입하고 중소기업은 3~4인으로 감사팀을 꾸린다. 하지만 최근 보수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투입 인원과 시간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싸구려 감사를 찾는 기업들도 손해다. 저가 발주로 감사의 질이 떨어질 경우 투자자나 시장에 잘못된 재무 시그널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다.
때문에 감사시간 대비 턱없이 낮은 감사보수를 지급하는 기업에 대해선 금융감독원이 감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회계법인들도 덤핑 수주를 자제하고, 감사의 질을 높이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가 낮아지면 감사인들도 소홀해지는 것도 당연하다"며 "감사시간 대비 감사보수가 턱없이 낮은 곳은 금감원이 감리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며, 사전적으로는 지정감사의 적정보수를 정해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mail protected]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