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심사 암초 만난 TCB 민간 확대
기존 TCB 기관 통해 업무처리 가능 주장에 발목잡혀
개정 법률안 논의만 4차례… 10개월 째 국회에 계류
정부가 기술신용평가기관(TCB) 설립을 민간 영역까지 확대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일정 조건을 갖출 경우 특허·회계 법인도 TCB를 설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방침을 세웠지만 현재 TCB를 운영하고 있는 기술보증기금이나 기존 신용평가회사(CB)를 통해서도 충분히 기술신용평가 업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
특히 정부 방침대로 TCB 설립 대상이 확대될 경우 수익성을 위한 경쟁 과열로 인해 기술신용평가의 공신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TCB 설립 대상기관을 특허·회계 법인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10개월 가까이 계류 중이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지금까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네차례 논의됐지만 법안 처리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금융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법 개정을 통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TCB 설립 대상 기관을 민간영역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현재 해당 개정안의 논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기술금융 수요의 증가세에 맞춰 TCB 기관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월말 기준 TCB대출 잔액은 13조5000억원이다. 2월 한달 간 2조7500억원 대출이 이뤄져 전달보다 26% 급증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신규 TCB대출 목표액을 20조원으로 잡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정 법인에 대해 새로운 먹거리를 열어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CB사 외에도 경쟁가능성을 열어주는 등 민간 기술신용조회회사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술신용평가 업무의 민간 확대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민간에서의 경쟁 과열로 인해 자칫 기술신용평가의 공신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조회업자 아닌 특허청, 회계법인까지 진출을 허용해 기술평가기관 설립이 민간에서 경쟁적으로 가능해지면 평가 공신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평가 받는 기업의 로비 가능성도 있고 부작용이 커지면 금융기관에서 TCB 평가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특허·회계 법인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기술신용조회업을 기존 CB사가 아닌 특허, 회계 법인에 허용하는 것"이라며 "TCB 설립을 민간에서 하려면 기존 CB사가 하면 되는데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