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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감사위원회'의 한계와 과제] (하) 감사위원, 구체적인 업무 규정 마련해야

파이낸셜뉴스

'권한 막강' 사외이사… 제재 근거는 '게으르면 안된다' 뿐?

[상장사 '감사위원회'의 한계와 과제] (하) 감사위원, 구체적인 업무 규정 마련해야

#.올해 3월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에 대해 '감시자 역할' 부족 의혹을 제기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안 의원은 지난 2010년 포스코가 부실기업으로 지목됐던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당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만일 안 의원이 이사회 의장으로서 고의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상법상 특별배임죄와 민사상 손해배상문제에 대한 의혹이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의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물론 사후 공시를 통한 구체적인 활동보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는 막중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감사위원의 업무에 대한 규정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이다.

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의 감사위원회 위원(사외이사)의 자격 조건은 상법에 게재된 것이 전부다. 우선 상법 제382조 3항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해당 회사의 상무(常務)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이사'로 최대주주와 무관하고 회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을 선임하도록 돼 있다. 더불어 제542조의 11항에 따르면 감사위원회 설치시 위원 중 1명 이상은 금융관련 회계, 재무 업무 또는 감독업무에 5년 이상 경력자를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법 "게으르면 안된다?"

하지만 감사위원회 업무에 관한 규정은 무척 '포괄적'이다. 상법 제399조 1항에선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401조에서도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해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적시했다.

다만 법에 명시된 '게으르다'는 것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불가능하다. 포스코 사외이사 논란이 불거지자 올 3월 25일 안철수 의원 측이 "사외이사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것은 사외이사 제도 전반의 문제라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 지 고민 중"이라고 해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반면 사외이사의 책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대법원은 코어비트 사외이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다. 코어비트는 대표이사의 횡령 등을 은폐할 목적으로 수백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업체다. 해당 사외이사는 상당기간 회사에 출근하지도 이사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급여는 받았지만 의무는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외이사의 지위에 따른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상법이 규정한 '임무를 게을리한' 사례로 인정된 셈이다.

■"구체적 업무 가이드라인 필요"

회계업계에선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의미있게 보고 있다.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외부감사인의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한 판결이라는 설명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회계부정을 저지른다면 회계사라고 해도 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회계부정은 내부 감사위원회에서 우선 걸러내는 것이 맞고, 외부 감사인으로서 회계사는 회계감사기준이란 규정을 준수하며 이에 대해 표명하는 전문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유명무실한' 감사위원회를 바꾸기 위해선 상법 상 명시된 '게으르면 안된다'는 수준의 감사위원 업무규정을 넘어 감사위원회의 명확한 역할까지 세부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제2의 포스코 사외이사 논란'은 반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감사위원회의 활동 내역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회계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 등에선 감사위원회의 활동 내역이 단순 '표'로 마무리 된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감사위원회 활동 보고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등 선진국 감사위원회의 경우, 감사위원회의 활동보고는 '표'가 아닌 '서술' 형태로 기재된다. 이 교수는 "단순히 이름만 올리고 보수를 챙기는 식의 감사위원이 아니라면 감사위원 활동 보고를 세부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맞다"며 "외부감사인의 경우 감사시간을 명시하고 있는 반면 감사위원회는 활동에 대한 공시가 미약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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