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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전문 회계사 고영일 안세회계법인 이사 "복지재원 배분·사용 평가 기준 만들어야"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복지는 사람·사회에 대한 투자 사회복지법인 투명 운영해야
신뢰감 높이고 기부금도 늘어 사회복지사, 회계 실무 알아야

사회복지전문 회계사 고영일 안세회계법인 이사 "복지재원 배분·사용 평가 기준 만들어야"

이쯤 되면 복지 전쟁이다. 무상 복지 예산을 둘러싸고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씨름이 계속되더니 이제는 줄줄 새는 복지 재정을 틀어잡겠다고 정부가 나섰다. 문제는 하나다. 대한민국에 복지가 필요한 곳은 점점 많아지는데 돈은 너무 부족하다는 것. 예산을 확보하려면 국민의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피땀 흘려 번 돈을 더 내놓으라고, 그게 누구 주머니로 갈 줄 알고. 언감생심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복지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11일 만난 사회복지전문 회계사인 고영일 안세회계법인 이사(사진)는 "현재 복지 재원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 이사는 사회복지사이자 회계사인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대학시절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회복지법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회의를 느꼈다. 외부 기부금으로 마련되는 복지시설의 재원을 자신이 축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사회복지사 인건비, 시설비 등으로 나가는 간접비가 70%를 차지하고 실제 사회복지사업에 쓰이는 직접사업비는 30%밖에 안되는 거예요. 복지 재정이 늘어나는 것도 실질 사업비가 늘어나는 것보다 인건비가 늘어나는 부분이 커요. 사회복지사로서 사회에 기여를 하는 게 아니라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사회복지법인을 나와 일반 대기업에서 근무를 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감사실장으로 근무하는 등 사회복지법인의 왜곡된 배분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구분돼 외부감사의 의무가 없다. 기부금, 복지예산으로 충당되는 재원을 어디에 썼는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고 이사는 "사회복지법인과 같은 비영리 조직은 재원 배분과 사용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배분 왜곡이 일어나기 쉽다"며 "복지예산을 획일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재단들의 복지재원 사용 결과와 성과를 평가한 타당성 분석을 통해 차등 배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하는 방식의 논쟁에 앞서 복지가 무엇인지 기본개념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에게 복지는 내가 가진 돈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복지는 사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과 사회에 하는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해요. 자본주의의 안정을 위해 사회주의 방식을 일부 도입한 거죠.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가진 사람들이 입게 돼요."

사회복지법인들도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인의 재무보고서를 기부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면 법인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고 기부금을 받는 것도 훨씬 쉬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회계와 세무의 목적은 기업의 잘못을 잡아내고 들춰내겠다는 게 아니라 내부 통제와 부정 행위의 예방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회계처리가 공정하게 이뤄지는 과정을 통해 기부자, 정부, 국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능을 하는 거죠."

그가 최근 '알기쉬운 사회복지 회계·세무 실무'라는 책을 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이 책에 회계를 잘 모르는 사회복지사들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법인의 회계, 세무 실무를 쉽게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내가 돈벌어 사업하는 영리법인은 회계에 벌벌 떠는데 남의 돈을 받아다 쓰는 비영리법인들은 보고 의무도, 필요성도 모르고 산다는 건 말이 안되죠. 복지 예산이 '눈먼 돈'이 되지 않으려면 사회복지사들도 회계 실무와 중요성을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mail protected]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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