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개정 요구하는 與에 野 "선진화법 만든 건 與"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야당과 협상 난항으로 좌초 위기에 처하자 다수당의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현행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담뱃값 인상을 막지 못했던 야당 내부에서도 선진화법을 고치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각자가 원하는 개정 방향이 달라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3일 자신이 주도하는 '퓨처라이프 포럼' 토론회에서 "국회 선진화법이 어떤 법인가 하는 게 공무원연금개혁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됐다"면서 "야당의 합의 없인 단 한 발자국도 갈 수 없게 돼있다"고 지적, 법 개정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앞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국회법에) 독소조항이 있다"며 당 차원의 개정 추진 의사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1월 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국회법 조항이 표결 및 심의권이 보장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것으로서 다수결 원칙이 훼손돼 국회가 입법부로서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게 새누리당 주장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개혁안 불발은 여당의 책임이라며 선진화법 개정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문제의 근원은 정부와 새누리당의 약속파기이지 국회선진화법이 아니다"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여야 합의를 깬 것에 대한 사과는커녕 엉뚱하게 국회선진화법을 탓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건 본말전도"라고 일축했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상황에 따라 유리하게 움직인다는 지적도 있다. 야당 관계자는 "차기 재집권이 힘들 것으로 예상해 선진화법이란 '장치'를 주도적으로 밀어붙인 당사자가 새누리당"이라며 이제와서 선진화법을 고치자고 하는 새누리당이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인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야당 내에서 선진화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 연말 예산안을 처리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선진화법에 담겨있는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 때문에 담뱃값 인상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경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세입예산 등과 무관하게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포함돼있으면 이를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할 수 없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김춘진 의원)이 제출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선진화법 개정에 부정적인데다 개정 목적도 다르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뜻대로 내년 총선 전에 법을 고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선진화법 자체가 야당의 협조 없인 어떤 안건도 처리할 수 없게끔 돼있어 새정치민주연합 동의 없인 개정이 불가능하는 부분도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일각에선 사문화됐다고 평가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제도 명칭과 달리 지정된 절차를 거치는 데 1년 가량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맹점을 놓고 이 일정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패스트트랙이 제대로 발동된 적이 없는 만큼 일단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번번히 폐기된 북한인권법과 관련, 이달 말까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6월 임시국회 개회 직후 패스트트랙 적용 여부를 다시 검토키로 했다.
[email protected] 김영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