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 컨퍼런스] 세션 1: 한·중·일 지식재산권 패권은 누가
"3국 지재권 경쟁 불가피… '현명한 타협' 하는 국가가 승자"
'제5회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 컨퍼런스'에 참석한 400여명의 청중이 진지하게 강연을 듣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는 글로벌 특허경쟁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산업계의 대응전략 등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사진=박범준 기자
"동북아 지식재산권의 패권은 능숙하고 빠르게 타협하는 국가에 돌아갈 것입니다."
13일 서울 소월로 밀레니엄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5회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 컨퍼런스' 세션1에 참가한 발표자들은 동북아 지식재산권 패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세션1 발표자들은 소송, 재판 등 강력한 방법보다는 중재와 조정 등 타협과 화해에 의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불법 복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등 명백한 위법사례라면 응당 소송과 재판으로 처벌해야 맞지만 그 밖의 경우라면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생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재권 강자 되려면 조정·중재 능력 육성
첫번째 발표자로 연단에 선 김철호 아이팩조정중재센터 회장은 '링컨의 노예제 폐지로 본 리더십'이라는 화두를 먼저 던졌다.
언뜻 지식재산권과 큰 관련이 없어 보였지만 그는 '함께 가려면 비용을 치르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며 조정과 중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링컨이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비용이 있듯 지재권 강국이 되려면 일정 부분 양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극심한 경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치열한 싸움 속에서 누가 이기느냐만 따져볼 게 아니라 어떻게 이길 수 있느냐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영리한 방법은 경쟁과 협력의 구도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라면서 "소송과 재판을 거치게 되면 상대방과의 관계는 악화될 뿐이지만 조정과 중재를 통하면 더욱 건설적 결론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은아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중재조정센터 싱가포르사무소장 역시 "소송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끝내기 위해 쓰는 방법이지만 중재와 조정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쉽다"면서 "WIPO가 맡아 진행한 지재권 사건 중 중재를 통하면 40%, 조정을 통하면 69%가 화해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의 제도적 협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히노 노부오 전 일본지적재산중재센터장은 "일본에서 내린 판결을 중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면서 "이 같은 엇박자를 줄이기 위해 동북아 3국의 긴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육성·투입해야 원활한 중재 가능
중재와 조정 과정을 총괄할 수 있는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갈등 관계에 있는 양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려면 기술적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히노 노부오 전 센터장은 일본의 사례를 들어 해법을 제시했다. 노부오 전 센터장은 "조정을 하게 될 경우 변호사 1명과 변리사 1명, 2명의 조정인이 배정된다"면서 "변호사협회와 변리사협회가 공동으로 상담 중재, 조정을 맡아 균형 있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1988년 변호사와 변리사가 힘을 합쳐 설립한 중재센터는 업무영역이 점점 확대돼 저작권 부정 경쟁, 특허 무효 판정까지 담당 분야가 넓어졌다. 노부오 전 센터장은 "이런 중재, 조정 과정의 기본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것이며 정부의 도움은 받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정부의 원조가 너무 없는 것이 한계로 지적돼 일본 내부에서는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박은아 소장은 "싱가포르는 지재권 중재, 조정의 허브가 되기 위해 국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지재권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관련 종사자들의 중재·조정 분야 참여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이 같은 점을 잘 활용해 '특허 라이선스 10년 경력의 조정자를 섭외해 달라' '플라스틱 제품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한 사람을 원한다'는 등 구체적 요구사항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WIPO는 현재 100개국에 1만5000명 이상의 지재권 전문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0년 중재조정센터를 오픈한 뒤 400여건의 침해사건과 3만여건의 인터넷 도메인 분쟁을 해결했다.
박 소장은 "지식재산권 법은 속지주의라 어느 국가에서 어떤 법을 적용하느냐가 성패를 결정한다"면서 "각국의 법과 관할권,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