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졸속 입법 논란 메르스法 손질하나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감염병 전파 우려 환자 위치정보 확인하려면 영장 발부 받아야 하는데 개정안 문구 '근거' 안돼
보건복지위·법조계 "법 모호하면 악용 우려 경찰 등과 협의해 수정"

'반쪽 법안' 전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감염병 예방법)이 국회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법의 모호성 등을 제거해야 한다고, 소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법률 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개정안은 증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신속한 감염예방 및 차단을 위해 감염환자 등에 대한 위치추적 필요성이 제기돼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30여분 만에 상임위, 법안소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 과정에서 관계기관인 경찰 등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졸속입법'이라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 논란까지 제기됐다.

■'반쪽 법안' 전락, 관련법 충돌 우려

8일 국회와 관련기관 등에 따르면 개정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병 예방 및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 정보법) 및 통신비밀보호법에도 불구하고 감염병환자 등 및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의 위치정보를 경찰청,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벌칙조항에는 신고 기피자나 당국에 의해 격리된 감염환자가 무단으로 격리지역을 이탈할 경우 위치추적정보를 경찰에 요청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들 조항을 근거로 감염 확진자의 과거 행적을 추적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대두된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수사는 수사 목적이어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감염환자 및 의심자는 범죄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의 영장신청이 타당한지가 명확하지 않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한 감염환자 및 의심자의 현재 위치, 무단으로 격리지역을 이탈한 사람 등에 대한 위치정보 제공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감염병의 예방과 차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진자의 과거 행적 분석을 통한 확산 방지가 중요하지만 개정안의 모호성 등으로 '반쪽 법안'으로 전락할 우려가 나온 대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감염병 전파 등 비상상황에서 경찰은 위치정보법 및 통신비밀보호법에도 불구하고 전기통신사업자 등에게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되면 경찰 임무를 명확히 하는 것이어서 모호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모호하면 고쳐야…경찰 등과 협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실은 개정안이 모호하면 고쳐야 하고 이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과정도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에 모호성이 있다면 검토, 수정할 것"이라며 "특히 개정안을 근거로 경찰 임무가 가능한지 등을 우선 검토하고 이를 위해 경찰과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소위에서 경찰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 조항 때문에 국회 통과를 지체할 수 없어 복지부 측이 양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강호 장진영 변호사는 "메르스뿐 아니라 홍콩독감 등 다른 전염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조항 개정이나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원진 조승오 변호사도 "법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면 관련법 충돌 및 모순 우려가 있어 악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래부 관계자 역시 "국회를 통과한 법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확진자의 과거 행적 등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더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mail protected]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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