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63) "상처받고 아픈 사람들 그들이 제 가족입니다"
SH공사 주거복지상담사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근로자는 월평균246만원을 벌고 월평균 180만원을 지출한다. 남은 돈을 모아 서울의 평균가격 아파트(4억9999만원)를 사려면 64년11개월이 걸린다. 아파트 평균가격이 서울보다 낮은 경기도로 넘어가도 34년9개월이 걸린다. 평범한 도시근로자도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하기 힘든데 노인, 청소년가장,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내집 마련은커녕 마땅한 전셋집이나 월셋집도 알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들을 위해 SH공사는 서울 전역에 2만가구가 넘는 영구임대주택단지를 조성했다. 임대료는 25~49㎡ 크기를 기준으로 평균 보증금 200만원, 월세 4만7000원 정도다.
SH공사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SH공사는 이들의 자립을 도와주기 위해 다양한 주거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사소한 고민까지 들어주는 맞춤형 상담을 실시해 자립·자활의지를 북돋아주는 한편 일자리 연계 서비스 등으로 취약계층이 실질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밖에 주거복지서비스는 기본적인 건강관리에서부터 세대 내 밑반찬을 지원하는 소소한 것까지 포함한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서비스다.
■세대 내 일어나는 모든 일 총괄
지난 13일 기자가 점심 때쯤 만난 SH공사 동대문권역주거복지센터 반은영 주거복지과장은 오전부터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고 오는 길이었다. 오전 동안 전날 들어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적인 서류절차를 처리하는 한편, 거주 세대들을 일일이 직접 방문하고 왔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이 홀로 거주하는 세대는 복지관, 경로식당 등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오전부터 일찍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아 헛걸음하는 경우도 많다.
반 과장은 동대문에 위치한 신내 12단지 1000세대를 혼자 관리하고 있다. 단순한 관리를 넘어 세대를 일일이 방문해 안부 확인도 하고 건강 상태는 어떤지, 거주에 불편함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심지어 반찬 제공부터 세대 하자 및 보수 관리까지 모두 반 과장의 손을 거치게 된다. 반 과장은 "세대 내 도배 시공 및 단일벽지 시공은 SH공사가 직접 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유관기관의 도움을 받게 된다"며 "입주자들의 상담업무 외에 협력사를 찾기 위한 행정적인 업무도 주거복지상담사들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 과장은 장판도배 시공 및 안전바 설치 사업은 사회적기업인 하우징 케어와, 누수 및 측벽세대 단열벽지 시공은 한경홀딩스, 취약계층의 밑반찬 및 부식 지원은 영안장로교회와 연계해 진행했다.
오후에 반 과장과 함께 신내 12단지 관리사무소에 들어서자 여러 민원을 가진 입주민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1시가 되자 상담을 약속한 50대 여성 입주자가 관리소로 반 과장을 찾아왔다. 여성은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자신은 허리를 심하게 다쳐 일할 수 없는 상태이고 딸 역시 정신·육체적인 문제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두 사람 모두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기초수급자에서 제외시킨 상태다. 반 과장은 여성이 허리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보고 기초수급 문제도 알아보겠다고 답변했다. 반 과장은 "세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우리는 해당 세대가 근로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을 알지만 정부 기준에서는 수급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영구임대주택단지에는 기준상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지만 실질적으로 기초수급자인 사람이 많다. 이들이 기초수급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거복지상담사의 역할 중 하나다. 반 과장은 실제 남편과 별거한 지 오래돼 전혀 가족관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한 여성이 기초수급자로 선정되도록 도와줬다. 반 과장은 "부부로 살다가 아내가 장애가 생기자 남편이 집을 나가버렸다"며 "실제로는 장애를 가진 아내 혼자 살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남편이 있다며 기초수급자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아내는 기초수급자로 인정받기 위해 남편과 이혼을 원했지만 남편은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이에 반 과장은 아내를 직접 법원에 데리고 가 이혼서류 작성을 도왔다. 법원에서 직접 출석 명령을 내리자 남편과 연락이 닿아, 아내는 이혼을 하고 기초수급자로 인정받게 됐다. 반 과장은 "실제로 같이 살지 않는데도 법률상 부부라는 이유로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상담이 끝나고 오후 2시가 되자 반 과장 자리의 전화벨이 울린다. 오후에 세대 방문이 예정된 방명순 할머니(69·가명)가 왜 반 과장이 오지 않느냐며 전화한 것이다. 반 과장은 상담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방 할머니가 있는 102동으로 이동했다. 방 할머니는 반 과장이 도착하자 반갑게 맞이했다. 반 과장은 우선 방 할머니의 다친 팔부터 체크하며 건강상태를 확인했다. 또 방 할머니가 몸이 불편한 만큼 씻기 힘든 것을 감안해 별도로 목욕서비스를 예약해두겠다고 말했다. 방 할머니는 자신의 건강상태부터 단지 내 소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반 과장에게 털어놓으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세대 방문을 마친 반 과장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어르신들께서는 상담사가 직접 방문해 사소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고마워하신다"고 말했다.
방 할머니처럼 주거복지상담사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입주민만 있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대 간 불만사항을 처리하는 것도 반 과장 몫인데 이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반 과장은 "한 세대에서 시끄럽게 짖는 큰 개를 복도에 풀어놓는다는 민원이 접수돼 그 집을 방문했더니 알코올 중독자인 집주인이 개를 죽이겠다고 난동을 부리면서 상담사들을 쫓아냈다. 놀라서 입주민을 진정시키고 1층으로 내려갔더니 집주인이 위에서 쓰레기더미를 뿌리더라"며 "당시에는 참 직업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입주민 완전한 자립 목표로 노력
가끔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주거복지상담사의 노력으로 입주민이 건강을 되찾거나 일자리를 얻게 된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다. 반 과장은 올해 허리골다공증, 허리측만증세로 고생하는 한 입주민에게 성북중앙병원과 연계해 수술을 받게 도와줬다. 반 과장은 "그 입주민은 차상위계층으로 오랫동안 허리통증을 호소했으나 남편이 10년 전 사망하고 남매는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수술을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수술이 결정되자 내 손을 잡고 너무 기뻐했다"고 보람을 느낀 일화를 공개했다.
반 과장이 지난해 면목단지를 담당할 시절에는 입주민들의 카페 개설을 돕기도 했다. 서울복지재단의 임대주택 활성화 공모사업에 면목단지 입주민 마을기업협동조합이 선정돼 카페를 개설하게 된 것이다. 입주민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야 카페를 운영할 수 있으므로 동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십시일반 도와 자격증 취득에 도움을 줬다. 반 과장은 "당시 면목4동에 거주하시던 분 중 바리스타가 있었다"며 "이분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입주민들을 가르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카페는 면목단지 상가 내에서 영업 중이다.
SH공사가 실시하는 '희망돌보미'사업도 입주민 일자리 창출의 일환이다. 희망돌보미란 입주민이 직접 임대아파트단지 내 독거노인 및 장애인 세대에 집안일 및 말벗 등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도입된 프로그램이다. 일상생활을 하기에 무리가 없는 입주민이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세대를 찾아가 청소도 해주고 말상대도 해주면서 '공생'한다. 희망돌보미는 한달 15일 하루 4시간 정도 근무하며 월 급여 35만여원을 받는다. 이 돈으로 직접 임대아파트 임대료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밖에 주거복지상담사들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주춧돌 통장'이나 '희망플러스 통장'에 가입하도록 홍보한다. 주춧돌 통장은 임대주택 입주자가 적금 만기를 채우면 은행이자만큼 더 주는 이자 가산 지원프로그램이다.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은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매월 근로소득으로 저축하는 금액에 동일한 금액 또는 2분의 1을 적립 지원하는 통장이다. 이런 제도가 있더라도 정보에 취약한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반 과장은 "정부에서 새로운 지원제도가 실시되면 이를 일일이 각 세대에 알려주는 것도 주거복지상담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주택건설 넘어 주거복지로
SH공사는 올해 단순히 주택을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주거복지 전문기관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에서 매일 입주민들과 마주치는 주거복지상담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주거복지상담사들을 늘려 더욱 세밀한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SH공사 주거복지본부 공동체활성화팀 정명원 과장은 "현장에서 뛰는 주거복지상담사들의 건의사항과 의견을 본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과장은 "주거복지상담사가 늘어나 한 사람당 담당해야 하는 세대수가 적어지면 더욱 고도화된 주거복지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박나원 기자
서울의 민달팽이를 위하여..
서울에서 평범한 근로자가 내집마련을 하려면 64년이 걸린답니다. 노인·청소년 가장·장애인은 월세 방한칸 얻기도 힘든게 현실입니다. 그들을 위해 SH공사는 서울에 2만여가구의 영구임대주택단지를 만들었습니다. 보증금 200만원, 월세 4만7천원이면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주거복지상담사입니다
나는 이들의 자립을 돕는 일을 합니다. 맞춤형 상담을 통해 자립의지를 북돋워주고 일자리를 찾아주기도 합니다. 건강관리부터 밑반찬 지원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 서비스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입주민들의 완전한 자립입니다.
복지의 틈바구니에서…
정부 기준상 기초수급자가 아니지만, 막상 만나면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또 홀로 사는 할머니들은 상담사의 방문 자체를 기다립니다. 말벗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