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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가을 이사철 전세시장 둘러보니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새 계약서 쓰는 집주인에 기존 세입자 "더 살게 해달라" 애걸
갈곳 없는 기존 세입자 반전세도 적극 수용

지난달 전세가율이 88.2%까지 올랐던 10일 서울시 사당동 우성2단지 아파트 앞 공인중개사무소에 있는 매물현황판. 이지역에 5000가구의 아파트가 있지만 전세수요를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매물 현황판에서도 전세 매물이 드물게 붙어있다.
지난달 전세가율이 88.2%까지 올랐던 10일 서울시 사당동 우성2단지 아파트 앞 공인중개사무소에 있는 매물현황판. 이지역에 5000가구의 아파트가 있지만 전세수요를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매물 현황판에서도 전세 매물이 드물게 붙어있다.

#"4년 전 보증금 3억원에 전세로 들어왔지만 계약 만료를 앞둔 지난 8월 전세 가격이 4억7000만원까지 올라 결국 반전세로 전환했어요. 집 주인이 월세를 80만원까지 요구했지만 정년퇴직을 앞둔 남편의 사정을 들며 애걸한 끝에 겨우 연장에 성공했습니다" (서울시 행당동 한진타운아파트 세입자)

#"새로 오는 세입자가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기존 세입자가 좀 더 있으면 안되겠냐며 (집주인에게) 사정하는 경우도 봤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전세시장은 대기자가 10명이라면 공급자는 1명 정도라고 봐야 한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B 공인 관계자)

가을 이사철 성수기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과 10일 서울 전세시장을 둘러본 결과 전셋집 구하기가 '별따기' 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물량이 워낙 없다보니 세입자들은 기존 전세 계약을 반전세로 전환해 계약을 연장하거나 치솟은 전셋값에 지쳐 인근에 위치한 연립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씨가 마른 전세를 기다릴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대체재를 선택하는 것이다.

■반전세로, 빌라로… 출구 찾는 세입자들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진타운 전용면적 59㎡의 거래가는 4억5000만원이지만 전셋값은 최근 4억에서 4억2000만원으로 2개월 사이 5000만원 이상 올랐다.

I공인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가 연장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 동네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확 줄었다"며 "집 주인 입장에서는 복비(중개 수수료)도 나가고 그동안 든 정도 있어서 보증금을 시세보다 적게 올려 주거나 반전세 형태로 바꾸기고 한다"고 말했다.

반전세는 늘어난 보증금의 4~5%를 월세로 내는 것으로 전세가가 2년 전보다 1억이 올랐다면 세입자는 40~50만원을 월세로 부담해야 한다.

홍 대표는 "1억원 오른 수준에서 전세를 연장해주면 집주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2억6000만원 정도이던 전용면적 84㎡ 규모의 래미안길음3차의 전셋값은 2년만에 4억원까지 올랐다. U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반전세 연장은 주인과 세입자가 알아서 계약을 하다 보니 통계에 잘 잡히진 않지만 실제로는 꽤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월세 증액 부분의 5% 정도 받는 게 관례지만 요새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동작구 사당동은 여전히 전세 수요가 높은 편이지만 인근 연립주택 구입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었다. 전용면적 59㎡ 규모의 신동아아파트는 매매가가 4억인데 전세가가 3억7000만원이다. 전세가율이 90%를 넘지만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거래된다.

■집주인 "세금, 수리비 내면 오히려 손해"

아직도 전세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전세라는 주거 형태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집 주인들의 월세 선호가 늘고 세입자들도 아예 집을 사거나 반전세 등으로 전환하고 있어서다.

사당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는 곧 없어질 것"이라며 "금리가 낮아지면서 집 주인들도 전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목돈이 생겨도 금리가 적으니 투자할 곳이 없지 않나"라며 "차라리 안전하게 월세로 받는 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집에 전세를 놓고 있다는 사당동 주민 김모씨(42)는 "전세를 주면 오히려 적자"라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얼마 전에 수리한다고 300만원이 나갔다"며 "세금 내고 그러면 남는 게 없는데 차라리 보증금 빼주고 월세로 돌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길음동 U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전세가 아예 없어지지 않겠냐"며 "아파트 매매가가 4억5000만원인데 전세를 4억2000~3000만원 달라고 하니 못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세가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계속되면 사람들도 대출을 조금 더 받더라도 집을 살 것 같다"며 "전세가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다리 역할도 해줬는데 지금 상황은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김성환 기자 한영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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