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굵직한 현안들 해법은] "전관예우는 전관비리.. 대법관 출신 변호사 개업 제한해야"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게 듣는다
사법시험 폐지? 여론 수렴 절차 필요.. 당분간 로스쿨과 병행하면서 장단점 분석
검찰 조사받는 피의자 기본권 보호해줘야.. '검사 평가제'로 강압수사 등 줄일 것
전관예우, 사법시험 폐지, 형사소송 성공보수약정 무효화, 검사 평가제 도입 등으로 법조계가 시끌벅적하다. 굵직한 법조계 현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팽팽한 상황에서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소신을 밀어붙이고 있다. 때로는 직접 발로 뛰면서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구조적인 병폐를 뿌리뽑겠다며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것이다. 하 회장은 법조계 전관예우 문제의 핵심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 개업'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직 대법원장 등의 공익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그는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 피해자 인권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조사 대상인 피의자, 또는 참고인 역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보호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하 회장은 조만간 '검사 평가제'를 시행해 그 결과를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에게 전달, 강압수사 논란을 빚는 검사에 대한 인사 자료로 활용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변협 회장 취임시 전관예우 철폐를 주장했는데 가시적 성과가 있다면.
▲지난 1월 12일 대한변협 회장에 당선된 다음날 기자회견을 하면서 전관예우를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관예우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전관예우는 전관비리다. 특히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래서 대법관에서 퇴임한 사람이 변호사 개업을 막는 데 집중했다. 구체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신청한 퇴임 대법관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대법관 후보로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인사들에게 서약서를 보내는 등 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반려했고 박상옥 대법관으로부터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이끌어 냈다. 이기택 대법관에게도 퇴임 후 영리목적의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전관예우의 원천 차단을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인데.
▲맞는 말이다. 전관예우 폐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구조적·제도적 개선 방안이 중요하다. 그래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 '전관예우 방지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무부 장관, 검찰 총장 등 퇴직 고위공직자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퇴직한 고위공직자가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는 대신 공익활동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한변협은 해당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사법시험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과열되고 있는데.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 법조인, 그리고 법학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감정적인 대립으로 확대되는 현상은 피해야 한다. 사법시험 폐지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사안이다. 로스쿨이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시험이 급하게 폐지되기 때문에 갈등이 심해지는 것이다. 국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대국민 토론회 개최 등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사법시험 폐지를 검토해보자는 얘기로 들린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를 좀 더 병행하면서 두 제도의 장단점을 더욱 깊이 있게 살펴보자는 것이다. 사법시험 존치자들이 꼭 로스쿨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고시 낭인' 등과 같은 과거 사법시험의 병폐를 개선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 역시 높은 학비 문제 등과 같은 한계점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제도를 병행하면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상생의 방안이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지난 1971년 로스쿨이 도입된 후 13년 동안 사법시험과 병행했다. 이후 1983년 로스쿨이 폐지되고 사법시험만 남았다. 10년 이상은 병행해봐야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대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왜냐 하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전부 인정하지 않을 경우 착수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어 판결을 선고받은 후 성공보수를 지급할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공보수 약정은 돈 없는 서민을 위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형사 성공보수의 폐단은 고위 법관, 또는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로부터 비롯된 것이지, 전체 변호사에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성공보수 약정 자체를 무효화 하면 오히려 전관 변호사가 착수금을 대폭 올려 받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상고법원 신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사건 수가 너무 많아 판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법원 대법관을 늘리면 된다. 대한변협은 대법원 판사를 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원 판사 12명을 24명으로 2배 늘리라는 것은 대법원장과 행정처장을 포함한 숫자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신들의 기존 권위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3심제인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 대법원과 동급인 상고법원을 신설하는 것은 위헌이다. 만약 상고법원을 신설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막힐 것이다. 상고법원이 신설되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상고법원 신설이 국민들 사법 불신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근거는.
▲상고법원의 판사는 대법원 판사가 아니다. 고등법원에서 선고한 재판에 불복해 상고를 하는 것인데 상고법원이 신설되면 상고한 사건이 또 다시 고등법원 판사의 판결을 받는 셈이 된다.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안에 따르면 국민들은 대부분 사건에서 대법원의 재판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결국 하급심의 재판 불신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대법원장만이 상고법원 판사의 임명권을 갖게 돼 상고법원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대법원이 관리하는 국선 변호사제에 대해 비판하는 이유와 대안은.
▲우리나라 국선 전담 변호사들은 대법원이 선임하고 연임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월급 역시 대법원 예산으로 나간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선 변호사들이 법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뢰인을 변호하기는 어렵다. 법원과 변호인은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국선 변호사는 법원에 예속된 상황이다. 그래서 국선 변호사를 관리할 수 있는 제3의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 대한변협은 독립 기관을 설립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법원, 법률구조공단, 대한변협에 흩어져 운영되고 있는 국선변호사제도를 한 곳으로 모으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검사 평가제의 시행 시기와 결과 공개 여부는.
▲검사 평가 항목의 준비가 거의 완료된 상황이다. 세부적인 항목을 가다듬고 있는 단계다. 조만간 평가 항목이 완성되면 변호사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한 검사가 담당한 사건에 대해 각 변호사가 해당 검사를 평가하는 것이다. 검사가 수사 당시 위법적인 행위, 또는 강압수사로 인해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검사 평가 결과에 대한 공개 여부는 아직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이왕 한다면 결과를 공개하라는 여론이 많지만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검사 평가 결과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보내 검사 인사에 참조할 것을 요청할 것이다.
[email protected]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