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세곡2 보금자리 '불법 임대' 판친다

파이낸셜뉴스

의무거주 1~3년이지만 암암리에 전세물건 홍보
방 한두칸 세 놓는 식의 부분전세 등으로 위장 적발땐 즉시 퇴거조치

오는 30일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세곡동 한신휴플러스6단지 진입로. 의무 거주기간이 끝나지 않은 보금자리 주택인 이 아파트를 대상으로 지역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불법임대를 알선하고 있다.
오는 30일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세곡동 한신휴플러스6단지 진입로. 의무 거주기간이 끝나지 않은 보금자리 주택인 이 아파트를 대상으로 지역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불법임대를 알선하고 있다.

"다음 달 입주하는 세곡2지구 보금자리에 합법적인 전세는 거의 없어요. 계약하는 데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합법적인 전세보다 저렴한 물건(불법임대)이 있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세곡동 O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사실상 시세의 절반 수준에 공급돼 '로또' 논란이 일었던 서울 강남 세곡2지구 보금자리주택이 불법 임대사업자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23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세곡2지구에는 이제 막 입주를 앞둔 보금자리주택의 전.월세 거래가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인근 강남권 공인중개사무소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전세 수요자를 모집하거나, 아예 일부 업소에서는 인터넷상에 전세 물건을 홍보하는 글을 버젓이 올리며 수요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세곡2지구 보금자리주택은 지구 개발 이전에 거주했던 원주민의 분양권을 제외하고는 의무거주기간이 있어 이 같은 임대계약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지난해 입주한 세곡1지구 등에서도 불법임대 거래가 빈번했고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세곡2지구 역시 상황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저렴한 전셋값 앞세워 불법임대 횡행

일부 공인중개업자는 인터넷에 합법적인 전세 물건이 있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인터넷상에는 입주를 앞둔 한신휴플러스6단지(세곡2지구6단지) 전용면적 59㎡의 합법적인 전세 매물이 있다고 소개하고 막상 수요자가 문의하면 불법임대를 권유했다.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합법적인 전세보다 더 싸게 나온 매물이 있다. 입주도 오는 30일부터 시작이라 지금 계약하면 새 아파트에 바로 이사 올 수 있다"고 현혹했다

보금자리지구 아파트의 불법임대는 보통 세입자가 방 한두 칸을 빌리는 부분전세 방식 등으로 이뤄진다. 실질적으로 전세계약을 맺고 세입자를 들이지만 의무거주기간 집주인과 세입자가 별도 계약이 없이 하나의 아파트를 같이 쓰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저렴하게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계약자가 입주 후 반드시 살아야 하는 의무거주기간이 설정돼 있어 이를 지키지 않는 임대차 거래 자체가 불법이다. 정부는 의무거주기간 5년을 최근 1~3년으로 대폭 완화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보금자리지구 내에서 불법임대가 벌어지는 원인은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시세보다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 불법임대로 들어갔을 때 세곡2지구 한신휴플러스6.8단지 전용 59㎡ 전셋값은 3억2000만원 정도로 강남구에서 가장 저렴하다. 이 금액은 인근 수서.일원동의 20년 된 일반아파트 젠셋값보다도 1억원 정도가 낮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는 분양 당시 2억5000만원의 헐값에 공급됐다.

특히 세곡지구는 단지 주변이 녹지로 둘러싸여 있고 수서.복정.장지역과도 인접해 강남권에서 아파트 전세를 찾는 이들에겐 아주 매력적인 물건이다.

■업소 "불법임대 문제없어"…단속 실효성 없어 문제

이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등에서는 다른 아파트에서도 불법임대가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수서동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에 입주한 일원동 '강남데시앙포레'도 거래가 꽤 있었지만 특별히 문제 되지 않았다"며 "계약 형태에 대해 이해하면 크게 위험할 것도 없다"고 세입자들을 부추기고 있다.

세곡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어차피 주인도 불법인 걸 알기 때문에 보증금을 못 돌려받거나 그러진 않는다"며 "확정일자를 받거나 전세권을 설정할 수 없어서 보증금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계약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임대계약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적발 시 강제퇴거는 물론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SH공사에 따르면 불법임대를 하다가 적발되면 즉시 퇴거조치를 당하고 불법 시점부터 거래된 임대료를 계산해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임대주택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SH공사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꾸준히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사전 고지를 해야 한다는 제도상의 한계 때문에 제대로 효과를 보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SH공사는 현재 불법임대 제보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시세에 현혹돼 위험을 안고 계약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전·월세 수요가 많아지고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며 이런 불법거래가 빈번해지는 것 같다"며 "불법임대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 리스크도 굉장히 커서 시세보다 아무리 싸도 계약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우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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