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로에너지 실증단지′ 1년 전 착공하고도 시작 못한 공사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노원제로에너지주택실증단지조감도
노원제로에너지주택실증단지조감도

'기술 인증은 늦어지고 부지 선정에 문제가 드러났고 주민 반대까지..'

총 사업비 442억원을 투자해 서울 하계동에 조성되는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는 서울시와 노원구, 명지대 산학협력단 공동 주관으로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비용 절감 기술을 바탕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임대주택 122세대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5일 서승환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가진 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채 사실상 노는 땅으로 남아 있다. 공사를 진행하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너무 더딘 제로에너지주택 착공

18일 노원구청에 따르면 시공사인 KCC는 11월에야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본격 착공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계획은 지난해 11월 착공식과 함께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1년여 동안 공사가 미뤄지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착공시점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제로에너지 실증단지에 적용되는 기술 등이 국내 최초여서 설계과정과 신기술 적용 등에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설계 과정에서 적용 기술 인증 절차를 독일에서 거치고 있고 피드백을 받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에너지주택 단지는 패시브(Passive)공법과 액티브(Active) 기술을 사용해 에너지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패시브는 고성능의 단열, 창호 등 자재와 열회수 환기장치 등으로 바깥과 실내 공기를 차단해 집안의 냉방을 빼앗기지 않게 만드는 공법이다. 액티브 기술은 태양광전지판, 지열히트펌프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의미한다. 독일에서 인증받고 있는 부문은 패시브 공법이다.

노원구가 당초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등장했다. 바로 쓰레기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부지는 원래 주차장으로 쓰고 있었는데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보니 택지개발 당시 매립한 쓰레기가 발견됐다"며 "노원구청 개청인 1988년 이전의 일이어서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용역업체를 정해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만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노원구가 서울 하계동에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인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조성에 나섰지만 착공식 이후 1년 동안 주민들 반대 등 이유로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실증단지 인근 아파트주민이 설치한 반대 현수막.
서울시와 노원구가 서울 하계동에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인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조성에 나섰지만 착공식 이후 1년 동안 주민들 반대 등 이유로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실증단지 인근 아파트주민이 설치한 반대 현수막.

■만만찮은 주민들 반대

기술, 부지 정리와 함께 인근 주민들 반대 여론도 만만찮은 벽으로 등장했다.

실증단지 건설 반대 측은 부지 인근 '하계1차 청구아파트' 주민들이다. 아파트 입주 때인 1997년 학교부지로 알고 들어왔던 곳에 갑자기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는 점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김항림 위원장은 "주민들은 국제고가 들어온다고 듣고 입주를 결정한 것"이라며 "노원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공시설을 만들겠다고 부지를 매입하고는 이제 와서 임대주택을 만들려는 것은 구청이 임대사업하려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청구아파트 한 주민은 "앞쪽 하계중학교는 15개반이나 될 정도로 학생이 많아 체육복 갈아입기도 어렵다"며 "제로에너지주택 취지는 좋지만 관리비가 부족해 노원구 주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 시범사업을 왜 서울 한 복판에서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노원구는 주민들의 실제 반대 이유가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라고 보고 있다. 목동 행복주택 지정취소 등 사례에서 보듯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지역 이미지가 나빠지고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라는 것이다.

만들겠다는 구청과 반대하는 주민들 갈등으로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비대위는 구청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고 법률 전문가 자문도 구했다.

구청 관계자는 "학교용지를 용도 변경한 것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 없다. 주민들은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 의견수렴과 설명회 과정을 거쳤다"며 "늦어진 부분이 있지만 일정대로 진행해 완공시키겠다는 것이 구청 입장이다.건설과정에서 지역 주민들 의견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예병정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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