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무사 밥그릇 빼앗는 변호사
'갑을관계'로 따져보자. 두 직종 간 거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갑을관계로 서열을 따진다면 변호사와 세무사, 둘 중 '갑'은 누구일까. 대부분 망설임 없이 변호사를 '갑'으로 꼽는다. 남의 세금을 계산해주는 세무사보다는 우리 사회 각종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는 변호사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 변호사의 일거리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 널려 있다. '이혼 전문변호사' '상속 전문변호사' '부동산 전문변호사'도 모자라 '성범죄 전문변호사'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의 밥그릇 영역 넓히기는 끝이 없다. 지금은 세무사들의 밥그릇까지 넘보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앞서 대구의 한 법무법인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기존 세무사들만 작성할 수 있도록 규정된 세무조정 계산서를 변호사들도 작성할 수 있게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실 변호사들이 세무 분야로 업무 영역을 넓히려고 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이처럼 소송을 제기해 공론화시킨 것은 없던 일이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25일 대법원은 세무조정 계산서를 세무사만 작성할 수 있도록 규정된 기존 법인세·소득세법 시행령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상위법인 세무사법에는 반드시 세무사만 작성해야 한다는 문구가 없는데다, 이를 누구나 직접 작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게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이유다. 대법원의 판결은 정부의 법 개정안에도 반영됐다. 내년도 법인세·소득세법 개정안에 세무조정 계산서 작성을 세무사 외에 '세무사 등록을 한' 공인회계사나 변호사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진 '외부세무조정 제도'에 따라 세무조정 계산서를 세무사를 통해 작성하지 않고 국세청에 제출하면 무신고 가산세를 물어야 했다.
정부 개정안이 국회를 이대로 통과하게 되면 세무사들은 말 그대로 밥그릇을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정작 세무사들은 정부가 제출한 내용 그대로만이라도 통과되면 다행이란 입장이다. 변호사들이 주축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세무사 등록을 한'이라는 문구가 삭제돼 모든 변호사가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세무사들의 밥그릇 문제만이 아니다. 변호사가 세법까지 포괄한다고 해도, 세무조정 계산서 작성에 있어서 전문가는 누가 뭐래도 세무사다. 전문가가 작성하지 않을 경우 세무 행정에 발생할 혼란에 따른 피해는 모두 국민이 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