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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아동 인권 변호사 김재련씨 "이혼, 삶과 아이들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여성·아동 인권 변호사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여가부 권익증진국장 임기 마치고 지난 8월 변호사로 서초동 복귀

여성·아동 인권 변호사 김재련씨 "이혼, 삶과 아이들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 깨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편견깨기라. 역설이다.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안의 교묘한 이중성을 질타한 말이다. 그는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 '편견'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네가 잘못해서 그런거다. 피해를 입은 건 네 책임이다. 넌 피해를 입은 사람이구나.' 못난 손가락질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중생을 변호하면서 겪었던 일, 부모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반디톡톡'이라는 24시간 온라인 상담서비스에 구조요청을 한 아이의 이야기, 그리고 전후 70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생존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만 합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43·사진). 14년간 여성·아동 인권변호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등에 대한 변호를 맡았다. 지난 2012년엔 여성인권변호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년여 전, 그가 민간 개방직으로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대화 주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였다. "배상문제는 그 다음 문제지요. 그건 지금 얘기할 사항이 아니에요. 일본 정부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실체,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제대로 명기가 돼야 하고, 전 세계인들이 그 사실을 알아야 해요. 배상은 자연히 따라오는 문제지요."

사실의 인정과 배상을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그는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제시했다. 깊은 인상을 줬던 그는 지난 8월 서초동으로 복귀했다.

9일 만난 그는 다시 바빠보였다. 이번엔 '온(溫)'을 내걸었다. "제가 생각하는 법, 가장 중요한 가치가 뭘까 생각하다가 '온'이라는 글자가 좋아서 온세상이라고 작명했는데, 이름만 봐서는 광장, 태평양 못지 않죠."(웃음)

여전히 이혼이나 여성 성폭력, 아동폭력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이번엔 조금 새로운 얘길 했다. "참 많이 아쉬운 건 웰다잉(well-dying)처럼 잘 이혼해야 한다는 뜻의 '웰디보싱(well-divorcing)'을 생각할 때예요. 한국사회, 이제는 이혼패러다임을 바꿔야 해요." 웰디보싱에 대한 차분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혼은 곧 새로운 출발점인데 우리 민법이 배우자의 유책주의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서로 헐뜯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내상을 입게 되죠. 이 상처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자라서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그런 권리를 잃게 되죠."

그 자신 삼둥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웰디보싱의 목표도 결국엔 아이들이 덜 상처받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이혼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단계예요. 어떻게 홀로서기를 할지, 여성의 경우 단절된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갈지,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 아이가 이혼과정에서 얼마나 상처를 받게 될지까지 생각해보고 미리 준비해야 해요."

김 변호사는 일종의 건강한 이혼플랜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혼단계에서의 법률 조력과 함께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일, 앞으로 한부모 가정의 아이로 살아가게 될 아이의 위축된 심리를 보살피는 일 등을 하나하나 연계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는 이를 '동행 프로젝트'라고 했다. "이혼에 있어서 아이들이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해요. 이혼 이후의 삶과 아이들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해요."

'동행'이란 단어는 그가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으로 추진했던 성폭력 아동 돌봄 치료동행서비스, 24시간 아동 폭력 상담프로그램인 '반디톡톡', 보라데이 등과 교집합을 이룬다. 매월 8일 보라데이는 철 지난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가 없는지, 아이의 몸에 상처는 없는지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살펴보자는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이다 보니 아이들마다 가정환경별로 편차가 있게 마련이지만 국가가 그 차이를 메꿀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mail protected]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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