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후진국, 한국] 부자기부에 '세금폭탄'..기부활성화법안 놓고도 찬반싸움
국회서 표류하는 기부법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는 카드사가 '수익 악화' 반발
기부연금제도·용역기부도 재산양도·탈세 악용 논란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저커버그.. 미국의 기부천사들.. 한국엔 없는 까닭은?
최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부인은 우리 돈으로 52조원에 달하는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워런 버핏 역시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뒤 올해에만 28억4000만달러(3조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놓았다.
반면 국내 한 중견기업 대표 A씨는 올해 연말 재산의 70%를 기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가 주변 지인들의 적극적인 만류(?)에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좋은 뜻에서 기부하더라도 그보다 많은 돈을 세금으로 토해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A씨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돈이 어떻게 쓰일지도 미지수일 뿐더러, 재단을 세우더라도 배보다 배꼽인 증여세 때문에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실상 우리나라에선 기부에 뜻이 있더라도 통큰 기부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재벌들의 편법증여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규제가 기부의 씨를 말려버리고 있다. 대중형 기부도 마찬가지다. 기부 활성화 차원에서 나온 다양한 예비 기부법들이 국회에 표류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가 미흡하거나 업계 의견조차 수렴 되지 않은 설익은 기부법이 난무하고 있다. 기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나 의향은 높아진 반면 이를 뒷받침해야 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재 발의되고 있는 기부관련 법들의 완성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보호를 위해 법안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맞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기부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찬반 대립으로 표류하는 기부법
28일 국회 및 금융·산업·유통 업계 등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도출된 기부 관련 법안들이 대거 입법화되지 못한 채 존폐 직전이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기부 관련 법안은 고액기부금 기준을 완화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뿐이다.
우선 유효기간이 지나 소멸되는 신용카드 포인트를 기부하는 방안은 카드업계 반발이 거세다. 기부 대상이 유통이나 항공 등을 제외한 카드사에만 한정돼 형평성에 맞지 않고, 향후 포인트 관련 헤택이 축소되면 고객에게 결국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게 카드업계 주장이다.
반면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적잖다. 또한 일각에선 "일부 카드사들이 일찍이 마케팅 차원에서 카드 포인트를 기부하는 방식의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었는데, 정작 관련 법안이 나오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근거로 행동을 달리하는 것은 대중적 공감을 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일명 '기부천사 3법'에 포함되는 △기부자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기부연금 도입 △봉사활동 등 재능.용역기부에 대한 세제혜택 등도 찬반 논란이 거세다.
그 중 기부연금제도의 경우 개인 기부를 많이 한 사람의 생계가 어려워졌을 때를 대비해 기부액의 일정 부분을 생활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기부문화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사회에 공헌한 기부자에 대해 국가가 일정부분 책임진다는 취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거액 기부자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데다가 일정 액수를 기부한 후 재산 양도 등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크다.
용역기부에 대한 세제혜택 역시 입법 취지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탈세의 위험에 대한 논란도 공존하고 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용역기부 세제혜택은 좋은 취지지만 이를 악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한도와 공제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엄격히 규정해 조정하겠다"고 부연설명하기도 했다.
■"취지는 좋은데" 보완장치 시급
이어 마티법(휴가기부제)은 질병, 장애, 사고 등으로 휴가가 필요한 직장동료에게 자신의 휴가를 기부한다는 취지에서 사회적 공감을 사고 있지만, 기업이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보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대기업 종사자는 "연차 사용에 눈치를 봐야하는 기업 내부 정서가 없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령 사측이 직원들에게 남은 휴가를 마티법에 필요한 사람에게 몰아버리게 해서 합법적으로는 휴가를 소모시킨다면, 직원들이 가야할 휴가는 줄어들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이 법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밖에 국회에 계류 중인 식품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경우 식품 외 기부 품목을 확대하고, 기부 사업자 평가 근거 규정을 신설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식품·유통업체의 재고 식품을 기부단체에 강제 기부하게 하는 내용은 없어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식품 기부가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식품 변질 등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유통업계가 식품 기부에서 얻는 경제적 효용가치보다 반품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련 전문가들은 국회에 표류 중인 각양각색 기부법에 근거, 기부의욕을 꺾는 법제를 정비하는 한편 사회적 공감대를 살 수 있는 공론화된 기부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