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소비 절벽
주요 백화점들이 연초부터 사상 최대 규모 신년세일에 나섰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업계는 2일부터 17일까지 16일간 세일을 한다.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송년세일 실적이 매우 부진했기 때문이다. 겨울상품 특수가 아예 실종됐다. 올해 백화점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시 세일을 할 것 같다. 병신년(丙申年) 새해의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가 않다. '소비절벽'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서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소비가 극도로 침체하자 22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과 함께 자동차 등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30% 인하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10월 1~14일) 등 단기 내수부양책을 쏟아냈다. 부양책의 약발은 있었지만 너무 짧았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자동차 내수판매는 182만대로 전년보다 9.2%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해 내수판매는 3.1% 줄어들 것이라고 자동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7~10월 동안 늘어났던 소매판매는 11월에 전달보다 1.1%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서는 개별소비세가 종전대로 환원되고 추경 효과도 떨어지면서 소비위축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세금인하를 통한 소비진작은 조삼모사(朝三暮四)와도 같다. 미래에 할 소비를 앞당겨 한 셈이니 그다음엔 '절벽'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미봉책이다.
이명박정부 때는 두 차례의 개소세 인하가 있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2009년 6월에 노후차량을 신차로 교체하면 개소세 및 취득·등록세를 70%씩 감면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2009년 2·4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3.3% 늘었으나 바로 그다음 분기에 1.0%로 낮아졌다. 2012년 9월부터 연말까지 시행된 개소세 인하 때도 종료 직후인 2013년 1·4분기 민간소비가 0.1% 감소세로 전환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말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4분기 소비절벽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내수진작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가로 동원할 정책수단이 마땅치않다. 올 1.4분기에 재정 125조원을 조기 집행하고 외국인 관광객 대상 할인행사를 늘린다는 정도의 계획을 세워뒀을 뿐이다. 일각에서 기대했던 개소세 인하 연장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하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기부양책에 매달려서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많은 게 사실이다.
[email protected] 이재훈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