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85)'시민의 발' 고치는 지하세계의 닥터들 서울메트로 철도장비팀
새벽 1시, 동묘역 마지막 열차가 떠난 후 그들의 하루가 시작됐다
#"마지막, 마지막 열차…"
날이 차고 어둠이 짙게 내려 앉은 새벽 1시께. 서울 지하철 1호선 막차를 타고 온 승객들이 동묘앞 역에서 내려 빠져 나간다. 이때부터 서울 메트로 철도 장비팀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이 안전한 지하철을 달릴 수 있도록 작업하는 유일한 시간인 셈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일 겁니다"
2015년 12월 22일 새벽 1시 서울메트로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에서 철도장비팀 팀장 김용 과장(51)을 만났다. 그가 밤마다 이 세계로 들어온지 벌써 22년째다. 그를 따라 접근금지 표시를 뒤로하고 역 내부 철로에 들어서자 어둠 속 긴 터널과 땅에 곧게 뻗은 은빛 레일, 그리고 선로 위 레일탐상차 2호가 눈에 들어왔다.
#"단전 되기 전까지 탐상 작업 준비를 마쳐야합니다."
김 과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팀원인 민승기 대리(46)와 조영만 대리(36)가 분주히 움직였다.
전기가 끊기기 전 30분 남짓한 시간 안전모, 야광밴드 등 안전장비를 갖춰 입고 레일탐상차의 운행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한다.
어둠고 긴 터널, 곧게 뻗은 은빛 레일. 미묘한 결함을 찾기 위해 두눈 크게 뜨고 레일탐상차를 몰아간다. 전진보다 후진을, 차 안에서보다 선로 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조금만 방심해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10년차가 넘은 베테랑들은 말한다. 아내들도 자신이 하는 일을 정확히 모를거라고…. 그들을 '아침을 열어주는 사람'이라고 할때 가장 자랑스럽단다. 시민들의 바쁜 아침을 안전하게 열어주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 오늘 밤도 묵묵히 일할뿐이다.
세 명의 대원은 우선 탐상차 밑부분에 붙어있는 탐촉자(probe)를 닦아냈다. 또 레일에 물을 뿌리기 위해 물탱크에 물을채웠으며, 탐상차의 시동을 걸었다.
새벽 1시 30분. 전기가 끊어졌다. 드디어 본격적인 지하세계의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화이팅" 대원들의 힘찬 구호와 함께 2015년 마지막 선로 보수 임무를 맡은 서울 메트로 레일탐상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밀탐상, 올해도 이상 무!
실제 작업이 가능한 시간은 새벽 1시 30분부터 5시까지 3시간 가량 뿐이다. 이 시간 내에 모든 작업을 끝내기 위해 철도장비팀은 숨가쁘게 일한다. 김 과장은 "보통 3~4개역 정도 구간 선로를 탐측하는데 구간이 짧아 보이지만 정밀탐상을 하다보면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레일탐상차의 결함관측은 초음파탐상을 통해 이뤄진다. 레일탐상차 아래 붙어있는 12개의 탐촉자(probe)가 물이 뿌려진 선로에 초음파를 쏜 뒤, 되돌아온 음파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해 선로의 결함 유무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날 작업은 동묘앞역에서 청량리역까지 3개 역, 약 3km정도 구간, 팀원들은 신속히 각자 위치로 이동했다.
팀원들의 각 임무는 △컴퓨터 작업 프로그램 조작(조 대리) △각종 연락담당 및 작업 차량 시야 확인(민 대리) △운전, 감독 총괄(김 과장)로 나눠진다. 하지만 우선 결함이 관측되면 팀원 모두가 수동탐상, 선로 확인 등을 실시한다.
보통 운행은 전진만큼 후진이 많고 차량 안보다는 선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조금이라도 결함과 비슷한 부분이 나타나면 김 과장은 후진, 재후진을 통해 동일 구간을 반복 탐상하고 민 대리는 육안으로 확인했다. 한 번 방심하면 대형 사고를 초래하는 지하철 사고 특성 때문이다.
"처음보는데, 이런 것 없었는데", 30분쯤 운전대를 잡고 있던 김 과장이 신설동역에서 제기동역 부근으로 이동하던 중 긴급히 차를 뒤로 후진시켰다. 조 대리 앞에 놓인 세 대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초음파탐상 결과, 결함 표시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탐상차의 후진과 전진을 3차례 반복하며 동일 지점을 확인했지만 컴퓨터는 여전히 결함을 가리키고 있었다.
김 과장은 운행을 멈췄고 민 대리가 선로로 이동했다. 김 과장은 "홀(hole)정보가 프로그램에 나타났는데 이런 결함이 발견되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수동탐상기를 활용해 탐측 한다"고 전했다.
민 대리가 수동탐상기를 이용해 선로에 물을 뿌린 뒤 긴 주둥이 끝에 달린 탐촉자를 선로에 대자 탐지 장비에 결함 유무가 나타났다. 결함은 없었다.
"탐상차 프로브 교체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김 과장이 지시했다. 민 대리가 차량에서 한 개의 프로브를 조립한 뒤 곧바로 교체했다. 이후 레일탐상차로 재검측을 실시하자 모니터엔 정상 표시가 나타났다.
김 과장은 "레일탐상차가 노후화된 탓에 기계 오류가 간혹 있는데 그때마다 팀원들이 장비를 직접 교체하고, 고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수동탐상기에서도 결함이 나타나면 이후에는 선로를 관리하는 궤도관리소에 통보, 직접적인 선로보수 작업이 이뤄진다.
현재 레일탐상차는 연 4회 레일탐상을 실시해 서울메트로 1~4호선의 선로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이날 탐상이 정상적으로 마무리 되면 올해 서울메트로에 설치된 선로 총 283km의 구간을 모두 검측하게 된다..
■순간의 보람, 평생 가
"잠깐만 나와보세요. 가까이서 레일을 보세요. 멀리서 봤을때 처럼 똑바른 가요?" 새벽 2시 45분. 청량리역 부근에서 이동하던 탐상차를 멈추고 김 과장이 내렸다. 자세히 보니 곧게 뻗은 레일이 군데군데 용접된 부분을 중심으로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었다.
선로는 보통 20m 길이의 철근 조각을 이어 붙여 놓은 결합체다. 이 선로에 매일 같이 육중한 열차가 지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흠집이 생기고, 심하면 선로가 끊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열차가 급정거를 하는 구간이나 곡선 구간, 그리고 2개의 선로가 교차하는 분기(分岐) 구간 선로에는 더욱 치명적 손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철도장비팀이 작업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2년째 철도장비팀에서 근무한 김 과장은 2년째 레일탐상차 운행을 맡고 있다. 그 역시 서울메트로 직원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선로에 생긴 결함을 파악해 대형참사를 미리 예방했을 때다. 그는 "1년 전 쯤 을지로3가역 부근에서 선로의 수직결함을 최초로 발견 했다. 보통 레일탐상차는 수직결함을 관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에는 수동탐상기를 직접 매고 선로에 들어가 수직으로 금이 가있는 선로를 발견했는데 그때의 경험은 아직까지도 짜릿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수직결함은 선로자체가 두 동강 난 것처럼 수직으로 찢어진 상태로 선로 결함 중 가장 큰 문제다. 열차의 탈선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아침을 여는 사람"
2시간쯤 레일탐상차의 굉음을 듣다보니 일이 거의 종료되는 때쯤엔 귀가 아플 정도였다. 소음측정기를 이용해 음량을 측정해보자 80데시벨이 나왔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소음과 맞먹는 수치다.
모두 10년차가 넘은 베테랑들에게도 반복되는 소음은 괴로움이다. "저는 한쪽 귀가 난청이고, 조 대리도 그런데 과장님은 아직 괜찮아요?" 민 대리가 소음측정기를 보며 말했다. 다행히 김과장은 아직 정상이다. 민 대리는 "매년 서울메트로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으면 탐상차를 운행을 포함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난청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반복되는 야간 근무와 지하 내부에 존재하는 사고 위험도 이들에겐 큰 부담감이다. 현재 레일탐상차는 세 팀이 돌아가면서 하루씩 야간 근무를 서고 있다. 야간 근무 후에는 하루를 꼬박 쉰다고 해도 몸이 늘어지기 마련이다.
민 대리는 "현재 시스템이 주간, 야간, 비번, 휴무로 운영되는데 야간 근무를 서는 날은 몸이 정말 힘들다"며 "또 이 시간대는 다른 팀들도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정신을 놓고 있으면 큰 사고로도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날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반대 선로 가지마세요"다. 취재를 위해 반대편 선로로 계속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하 내부에서는 철도장비팀의 차량 뿐만 아니라 물탱크차,밀링차, 전기차 등 다른 차량들도 함께 운행되고 있기 때문에 작업에 있어 항상 사고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
작업은 새벽 3시 40분께 청량리역에 도착하고나서야 모두 끝났다. 다행히 결함은 관측되지 않았고 무사히 동묘앞 역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팀원들은 이 순간 가장 행복을 느낀다.
조 대리는 "결함을 관측하게되면 밤에 잠도 못자는데 오늘은 마음 놓고 푹 잘 수 있겠다"라며 웃었다. 아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는 그는 '아침을 열어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자랑스럽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새벽같이 나와서 일하는 것은 사람들은 모를거에요. 하지만 우리가 있어서 시민들이 안전한 지하철을 타잖아요. 아침을 여는 사람이죠"라며 웃었다.
[email protected] 김규태 기자
■레일탐상차란?
레일탐상차는 1993년, 1996년에 스위스 SPENO사로부터 각 1대씩 2대가 도입됐다. 현재 2대의 차량은 서울메트로 1~4호선에 배치돼 연4회 레일탐상을 시행하고 있다. 최대 탐상속도는 35 km/h (실작업속도 15-25 km/h)이며 장비 중량은 18.5t이다. 레일 탐상차에는 좌우에 6개씩 총 12개의 탐촉자(probe)가 달려 있어 탐촉자를 통해 초음파탐상을 한다. 탐촉자는 물이 뿌려진 레일 위를 지나가며 초음파를 발사하고 이때 반사하는 초음파를 컴퓨터가 인식, 분석함으로써 결함의 종류 및 크기, 위치등을 기록한다. 또 결함 발생장소에는 페인트를 분사해 표시해 둔다. 정밀탐상은 레일의 상태, 부설조건, 조작자의 기능, 탐촉자의 상태, 탐상속도 등의 조건들이 양호할 때에 이뤄질 수 있다.
■초음파탐상이란?
초음파 탐상(ultrasonic testing)은 어선에서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물고기떼를 찾는 것과 같은 방법을 쓴다. 즉 레일탐상차가 선로로 초음파(ultrasonics)를 보내고 그 반사파를 수신해 레일 결함의 유무와 위치, 그리고 크기 등을 알아낸다. 초음파는 선로 결함 등 표면에 부딪히면 반사돼 돌아오는데 이때 정상 선로와 결함 선로에서의 반사파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속도=거리/시간'에 의한 두 반사파의 시간차 등의 차이에 의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레일 내의 균열(crack), 기공(blow hole)과 같은 결함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