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급여지원 확대.. 회사 눈치 보느라 있으나 마나
작년 상반기 男 비중 5%
"유명무실(有名無實)."
올해부터 '아빠의 달' 육아휴직 급여지원을 3개월 최대 450만원으로 늘린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아빠들의 반응이었다. 기존 1개월 150만원에 비해 3배나 늘렸지만 정작 아빠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정부가 제 아무리 육아휴직 급여지원을 올린다고 해도 남자가 직장에서 육아를 이유로 휴직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있으나 마나 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딸을 본 맞벌이 신혼부부 박형도씨(34·가명)는 "정부가 아빠 육아휴직 급여지원을 3개월로 늘린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도 "하지만 남자가 육아휴직을 내려면 직장에서 책상을 뺄 각오를 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회사에서 나를 자르지 않는다는 각서를 써준다면 모를까, 섣불리 육아휴직을 결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통계청 '출산 및 육아휴직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불과 3421명에 그쳤다. 전체 육아휴직자 7만6833명 가운데 4.45%에 불과하다. 2015년 상반기 남성 비중이 상승해 육아휴직자가 2212명으로 전체의 5.11%를 차지했지만 여전히 미미하다. 대부분 박씨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실제 여성·문화네트워크가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 분위기상 '사용하기 어려움'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48.1%에 달했다.
하지만 선진국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전체 육아휴직의 21.2%를 남성이 사용했고, 아이슬란드는 28.5%(2013년 기준)를 남성이 썼다. 덴마크 역시 10.2%, 핀란드도 8.8%에 달한다. 한국은 여성이 62.3%(2013년 기준)만 육아휴직을 쓴다는 걸 감안하면 이들 국가와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격차는 더 크다.
결국 아빠들이 원하는 것은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고용보험센터는 육아휴직 신청 시 사업장으로부터 육아휴직 확인서를 반드시 받아오도록 하고 있다. 1년 이상 재직했다는 증명서와 육아휴직 개시일 180일 전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증명하는 서류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 25개월, 2개월 된 아들을 둔 김세원씨(36·가명)는 "고용보험센터에 육아휴직을 문의했지만 이내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씨는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려면 당장 회사에서 육아휴직 확인서 등을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 고용주가 육아휴직과 관련한 기록을 정부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면 어느 누가 휴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보장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보장기간(유급) 52.6주(1년)로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상위다. 이웃나라 일본이 52주로 우리의 다음이고 프랑스 28주, 룩셈부르크 26.4주, 네덜란드 26.4주에 그친다. 하지만 한국의 사용률은 이들 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때문에 오히려 보장기간이 한국보다 짧은 프랑스의 출산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지난 1993년까지만 해도 합계출산율이 1.65명으로 한국과 똑같았던 프랑스는 2014년 현재 출산율이 2.08명으로 유럽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이 1.21명으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21년 만에 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프랑스의 경우 고용주가 육아휴직과 관련한 기록을 제출할 의무가 없어 남성의 62%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유명무실한 선심성 정책을 확대하기보다는 현재의 정책이라도 제대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한 아빠는 "급여를 확대하는 것보다 기존의 급여가 지연 지급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