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사회 구성원인 이주민, 이방인 취급해선 안돼"
"출입국관리사무소 행정 절차 등 사회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필요"
"다른 방향성 가진 사람 이해해야"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사무실에서 만난 박영아 변호사(42.사법연수원 33기·사진)에게선 일상적으로 '다름'을 접하는 사람 특유의 여유가 묻어났다.
박 변호사는 일반 법률사무소와 공공기관을 거치며 변호사로서 평범한 경력을 쌓아가던 그를 공익법 활동으로 이끈 게 '내 아이가 살게 될 세상에 대한 고민'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추구해온 걸 그대로 추구하며 살면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그를 멈춰 세웠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다. 2004년 창립한 공감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2010년 공감에 합류한 박 변호사는 한국 사회의 이주민과 관련한 문제를 주로 맡았다. 외국인 노동자, 난민 문제가 대표적이다. 박 변호사가 볼 때 외국인 이주 관련 문제는 한국 사회의 차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분야다. 그가 생각할 때 '어떤 집단을 일정한 표식에 의해 구분하고 그 집단에 나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차별행위의 주요한 특징이다. 이 같은 태도는 한국 사회의 미래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영원한 이방인으로 취급하는 게 과연 우리 사회에 유익한 태도인가"라는 질문과 그가 내린 답은 박 변호사가 이주민 차별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됐다.
지난 수년의 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을 꼽아달라고 하자 박 변호사는 2014년 있었던 베트남 선원 소송 건을 떠올렸다. 일상적인 폭력과 욕설, 차별을 견디다 못해 사업장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두 선원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체류자격을 박탈한 사건이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근무지를 벗어난 이들을 선주가 무단이탈이라며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했고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를 받아들여 이탈신고에 대해 소명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선원들이 도와달라며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직접 찾아갔고 전화로 연락도 가능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게시판을 통해 공시해 이를 알지 못한 선원들은 체류자격이 박탈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박 변호사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체류자격취소처분을 내부 전산망에만 올린 탓에 형식적 이유로 승소했다"면서 "사실 다투고 싶었던 부분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체류자격박탈 이전에 폭행과 욕설 등 부당한 처우가 있었는지를 조사해야 하지 않았느냐는 것과 선주가 임금을 체불했는데도 근로계약관계 해지사유가 있었음을 명확히 판단해주지 않은 것"이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소송에 이겨 두 사람은 다시 한국에서 선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됐지만 근본적 시스템이 변하지 않아 언제든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변호사는 2016년에도 한국 사회의 소수자를 위해 일할 계획이다. 현재 공감이 진행하고 있는 사건들은 그저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긴급함과 절실함이 느껴졌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늘날의 한국이 '조금이라도 표준에서 벗어나면 차별받기 쉬운 사회'라고 진단한 박 변호사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공감에서 활동하며)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적 성공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 다른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고 느끼는 게 많았다"고 전했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며 박 변호사에게서 그가 공감에서 봤다던 다른 방향성을 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과 희망법 등 공익법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자 박 변호사는 '공감대 확산'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무래도 비영리로 운영되다 보니 재정적 기반이 문제가 된다"면서 "(공감의 활동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슈인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성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