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단녀 일자리 창출? 노동법 사각지대 내몰리는 여성노동자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소규모 마케팅업체에서 웹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유모씨(22·여)는 최근 계약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회사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해왔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유씨는 사장에게 이유를 물어봤지만 주당 14시간으로 계약돼 있어 주휴수당은 주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왜 법률이 14시간 일하는 노동자에게 수당을 주지 않도록 정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시간 노동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이들이 초단시간 노동자의 다수를 이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주당 15시간 미만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지칭했던 초단시간 노동이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정부의 일자리창출 방안으로 꼽히며 공공부문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참조 파이낸셜뉴스 2016년 3월 8일 1면>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주와 주당 17시간 미만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122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초단시간 노동자 수를 조사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로, 10년 전에 비해 40만명 가량 늘어난 것이다.

■ 여성 등 노동약자, 초단시간 일자리로 밀려나

주목되는 점은 초단시간 노동자 사이에서 성별 격차가 극명하다는 점이다. 여성은 전체의 63%인 77만여명을 차지해 남성보다 32만명 정도 많았다. 차이는 노동시간이 짧아질수록 두드러진다. 실제 2013년 8월 통계에 따르면 주당 15시간미만 노동자 가운데 무려 72.1%가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제 노동자의 주당 평균노동시간과 평균임금 역시 여성이 각 19.4시간, 66만6000원으로 21.7시간, 79만3000원을 기록한 남성에 비해 적었다. 열악한 일자리로 꼽히는 시간제 노동 가운데서도 더욱 열악한 초단시간 일자리로 여성들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이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주휴수당, 퇴직금, 고용보험 가입 등의 혜택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4주 동안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제55조(휴일)와 제60조(연차 유급휴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고용보험법 등도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차별규정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 편법과 남용 우려, 전향적 입법 필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는 "당초 초단시간 노동자는 용돈을 벌려는 목적이 강한데 이 부분까지 노동법을 적용하는 건 과잉보호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노동자가 2~3개씩 일을 하는 경우도 생기고 실제로는 계약서보다 일을 더 하는 경우도 있어 초단시간 노동자도 노동법으로 보호할 필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로시간을 갖고 적용제외를 규정하는 것은(고용주에게) 편법과 남용 가능성이 있어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입법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 역시 "단시간노동에서 차별은 노동빈곤 일반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성노동자에 대한 법적 차별로까지 파생된다"며 "초단시간 근로자 대부분이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한 노동빈곤, 서민층에 해당하는데 현장에서는 법조항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14시간, 13.5시간 등의 근로계약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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