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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미국서 키코 소송 김봉준·배문경 김앤배 대표 변호사 부부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7 19:42

수정 2016.03.1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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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뉴저지 소재 로펌 김앤배의 김봉준 대표변호사(왼쪽)와 배문경 대표변호사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미국 뉴욕·뉴저지 소재 로펌 김앤배의 김봉준 대표변호사(왼쪽)와 배문경 대표변호사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하자.'

미국 뉴욕.뉴저지 소재 로펌 김앤배를 이끌고 있는 김봉준.배문경 대표변호사 부부가 20여년간 변호사 생활을 해오면서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구절이다. 실제로 이들 부부의 삶은 약자인 동포를 위해 투쟁해온 기록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나홀로' 사무실을 운영하던 지난 2001년 '개고기사건'을 맡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 지역방송이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을 빗대어 미개하고 야만적인 나라라는 내용을 내보낸 것이다.
프로그램의 배경이 된 한인농장주는 여러 변호사를 찾았으나 어느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았다. 방송국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때 김 대표변호사가 나섰다. 보수도 성공보수로만 받겠다고 했다. 6개월이 지나 '수억원의 합의금을 주겠다'는 중재안이 들어왔으나 김 대표변호사는 '사과가 우선'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다시 6개월이 흘렀고 방송국에서 두루뭉술한 사과문을 보내왔다. 이번에는 "한국인은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아임 쏘리(I'm sorry)라는 문구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고 방송국은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배 대표변호사는 "뉴욕한인변호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였는데 저조차도 사건 수임을 말렸다"며 "하지만 특유의 끈기와 투지로 싸워서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연으로 둘은 2003년 결혼과 함께 김앤배를 설립했다.

한국의 중소기업 심텍을 대신해 2013년부터 미국 씨티은행과 벌이고 있는 키코(KIKO) 소송도 마찬가지다. 변호사 수가 700명이 넘는 대형 로펌과의 싸움이었다. 주위에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며 만류했지만 김 대표변호사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김 대표변호사는 "당시 김앤배의 변호사가 모두 13명(지금은 19명)이었다. 외형으로 보면 게임이 안된다. 하지만 '내가 바로잡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소회했다.

6개월을 매달리며 전력을 다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2월 미국 법원은 "미국 법원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배 대표변호사는 "힘들어서 포기할까도 생각했으나 '끝까지 해보자'는 남편에게 설득당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노력한 덕분일까. 지난 2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연방제2순회항소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1심으로 돌려보내며 소송 재개를 명령한 것이다. 배 대표변호사는 "미국에서 2심으로 가는 소송은 10%에 불과하고, 항소심에서 이길 확률은 그중에서도 5%가 채 안된다"고 설명했다. '백분의 일'도 안되는 확률을 이겨낸 셈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처음부터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질 거라고 생각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앤배는 최근 4년간 원고가 됐건 피고가 됐건 소송에서 진 케이스는 하나도 없다"는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배 대표변호사는 "이제 1단계가 지났을 뿐이지만 가장 큰 관문을 넘어섰다"면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씨티은행 본사에 키코 관련 모든 자료를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원고 측이 재판을 진행하면서 피고에게서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받아내는 것이다. 자료 제공을 거부하거나 누락할 경우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변호사는 "문을 열었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대표변호사는 "아직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키코 소송만 해도 사무실의 변호사 절반이 매달려야 한다.
김 대표변호사는 "우선은 미국에서 500등 안에 드는 로펌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그래서 대형 로펌들과 당당하게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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