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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 이호원, 현직 아이돌의 ‘아이돌 도전기’

입력 2016.03.21 11:11수정 2016.03.21 11:11
[fn★인터뷰] ‘히야’ 이호원, 현직 아이돌의 ‘아이돌 도전기’

그룹 인피니트 호야(본명 이호원)가 스크린 데뷔를 마쳤다. 현직 아이돌답게 가수지망생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영화 ‘히야’(감독 김지연)는 인생 잔뜩 꼬인 문제아 형과 가수를 꿈꾸는 동생, 두 형제의 갈등과 화해를 따뜻하게 그린 휴먼드라마다.

이호원은 극 중 진상(안보현 분)의 동생으로, 가수를 꿈꾸는 고등학생 진호 역을 맡았다. 실제 이호원은 지난 2010년 그룹 인피니트로 데뷔해 벌써 6년째 아이돌 생활을 하고 있기에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은 수월하면서도 부담이 됐던 일이다.

“랩과 춤은 평소 하는 것이지만 평소보다 잘 해야 할 것 같았다. 음악방송에서는 팬들이 앞에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는데 영화에서는 나 혼자 큰 스크린 안에서 춤으로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됐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이 준비를 했다. 특히 오디션에서 내가 사투리랩을 하면 심사위원들이 자지러지는 장면이 있는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대본으로는 지문밖에 없었기 때문에 한 달 동안 랩을 직접 썼다.”

진호는 어린 시절부터 귀에 상처를 갖고 있어 이명 현상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여기에 살인용의자인 형까지 나타나 신경 쓰게 만들고, 오디션 당일에는 컨디션에 난조를 겪으며 그의 꿈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암울한 진호 캐릭터는 의외로 이호원의 실제 모습과 닮아 있었다.

“나도 우울하고 암울한 기억들이 많아서 그때 기억을 살리려고 했다. 기관지 쪽으로 어렸을 때부터 많이 아팠는데, 그래서 부모님이 운동을 시키셨다고 했다. 완치 되진 않았지만 몸이 건강해지니까 아픈 빈도가 낮아졌다.”

“이번에 아픈 연기할 때는 꾀병 부릴 때 아픈 척 하면 진짜 아파지는 것처럼 해봤다. 촬영 2시간 전부터 일부러 기침 하면서 아픈 척 했는데, 메이크업으로 입술도 파랗게 하니까 진짜 열이 살짝 나는 것 같았다.(웃음)”

[fn★인터뷰] ‘히야’ 이호원, 현직 아이돌의 ‘아이돌 도전기’

이호원은 3형제 중 둘째로, 연년생 형과 5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있다. 특히 배우 지망생인 동생은 극중 진호의 그룹인 로드킹의 한 멤버로 이번 영화에 출연했다. 형제 영화에 실제 형제가 출연하며 스크린 데뷔를 함께 한 것이다.

“동생이 맡은 부분은 연기력을 많이 요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기적인 부분을 걱정한 건 아니었다. 다만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형들에게 예의 없게 행동 할까봐 엄하게 대했다. 한 마디 정도가 아니라 걷는 것부터 말투, 평상시 표정 등 모든 것을 다 터치했다. 그래서 동생이 다른 데서는 안 그러는데 내 앞에서는 눈치를 많이 본다. 화면에 나와야 하는 사람이니까 연기, 노래를 잘하는 것을 떠나서 먼저 이상한 버릇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사람이 돼야 한다. 그리고 동생에게 조심하라고 했으니까 나는 더 조심해야 했다.”

엄격한 성격에 맞게 극중 이호원은 그룹 로드킹의 리더를 맡았다. 실제 속한 그룹인 인피니트에서는 리더가 아니지만 과거 부산에서 댄스팀의 리더였던 적이 있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데뷔 전 부산에서 춤출 때 댄스팀 리더였다. 그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댄스팀 리더는 안무도 짜고 매니저 역할도 하고 사장이기도 한다. 연습 스케줄부터 행사를 잡고 돈을 똑같이 나눠주는 것까지 했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연기로 해도 되는데 조금 오버해서 연습을 했다. 영화 쪽에서는 5번 정도 연습 스케줄을 잡아줬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 한 달 동안 준비를 했다. 로드킹 멤버 중에 부산에서 같이 춤추던 형이 있었는데, 그 형과 내가 나머지 친구들을 가르쳤다. 나도, 내 동생도, 그 형도 첫 영화라는 의미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춤추는 장면이 1분이 나오든 30초가 나오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30번 넘게 연습했는데, 불만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진짜 데뷔하는 팀처럼 심하게 열심히 했다.”

이런 연습의 결과는 실제 한 곶감 축제의 무대에서 펼쳐졌다.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엑스트라나 무대를 꾸미는 것보다 현장감 있는 실제 축제 현장에서 무대를 가지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영화 촬영 중이라는 말 대신 가수 로드킹으로 소개돼 실제로 지역 어르신들 앞에서 무대를 꾸몄다.

“별다른 설명 없이 무대에 올랐는데 나도 오랜만에 되게 많이 긴장했다. 마치 데뷔하는 것 같았다. 같은 무대에 친동생도 있었고, 댄스팀 형도 있었기 때문에 뭉클했던 것 같다. 댄스팀 형과는 10년 전에 같이 데뷔하자는 말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꿈이 영화상으로나마 이뤄진 것이다. 관객들 반응도 정말 좋았고, 촬영 스태프들도 우리가 실제 무대처럼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하셨다.”

[fn★인터뷰] ‘히야’ 이호원, 현직 아이돌의 ‘아이돌 도전기’

연기자로서, 가수로서, 그리고 인간 이호원으로서 그는 더 많은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그는 ‘리얼 호야’라는 유튜브 개인 계정을 통해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한 동영상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날도 들뜬 목소리로 촬영하러 간다고 말한 그는 촬영분을 자신의 생일인 오는 28일에 업로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나도, 팬들도 내 목소리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아무래도 팀이다 보니까 한 곡을 완곡으로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방송에는 한두 번, 콘서트까지 합쳐도 열 번도 안된다. 기회가 없으니까 내가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원래 컴맹인데 어렵게 배워서 업로드 하고 있다.(웃음) 오늘 촬영할 것은 내 생일날 업로드 하려고 한다. 내가 쓴 가사는 아니지만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은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연기로도 자주 찾아뵙고 싶고, 가수로서는 인피니트로서 더 한 단계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인지도도 더 넓히고 팬들에게 주신 사랑을 보답할 수 있는 이호원이 되고 싶다.”

한편 호야가 출연한 ‘히야’는 지난 10일 개봉했다.


/leejh@fnnews.com 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