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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직업윤리 버린 회계사, 처벌은 솜방망이

파이낸셜뉴스

감사대상 기업 주식거래.. 내부통제 시스템 손봐야

감사 대상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공인회계사와 회계법인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징계 대상에는 삼정, 삼일, 안진, 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이 모두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해 12개 회계법인에 소속된 회계사 22명이 감사 중인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회계사는 자신이 감사하는 상장기업 주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공인회계사법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은 파트너(임원)급 이상인 회계사는 자기 법인이 감사하는 모든 기업의 주식을, 일반 회계사는 소속 팀이 감사하는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로 주식투자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사들의 불법 주식거래는 비일비재했다. 지난해 11월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2명이 감사 대상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감사 중 알게 된 상장사의 실적정보 등을 모바일 메신저로 공유해 주식투자를 했다. 이처럼 회계사의 불법 주식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당국의 법 적용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가장 높은 징계 수위는 회계사 1명에 대해 1년간 직무정지를 내린 것이 고작이다. 당국이 법을 엄히 적용하지 않는다면 법이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회계사 앞에 '공인'이란 글자가 붙어 있는 것은 자본시장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자본시장을 지키기는커녕 불법적 주식거래로 시장질서를 문란케 한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금융시장을 감시해야 할 회계사들이, 그것도 고액 연봉을 받는 유명 법인의 회계사들이 감사라는 지위와 업무를 사익추구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직업윤리와 책임을 망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일 뿐 아니라 중대한 범죄 행위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 감사 대상기업의 주식거래를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회계사의 주식거래 내역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공신력을 회복하기 바란다. 불법 주식거래에 개입된 회계사와 법인에 대한 당국의 엄한 제재와 함께 사법적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이 투기꾼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회계법인의 주식거래 관리 체계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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