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공인중개변호사' 소비자 관점에서 봐야
적법 여부 사법당국 맡기고 경제 위해 新업태 보호해야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것이 정당한가. 변호사와 공인중개사들 간에 이 문제를 둘러싼 다툼이 치열하다. 여기에 두 전문직종의 단체까지 가세해 전문자격사들 간의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이 최근 부동산 중개업 시장에 진출한 변호사들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업 진출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적법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부동산 중개업의 시장 규모는 연간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대략 8만명의 공인중개사가 이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월 공승배 변호사 등 4명이 트러스트부동산이란 회사를 설립, 이 시장에 진출했다. 트러스트부동산은 중개 수수료를 의미하는 법률 자문 보수를 최대 99만원만 받겠다고 광고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과 거래 형태에 따라 거래가의 0.3~0.9% 이하로 돼 있는 현행 수수료와 비교하면 파격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한 경우 현행 수수료 체계에서는 최고 9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나 자신들은 9분의 1 수준인 99만원만 받겠다는 것이다.
트러스트부동산은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다.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법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세무사, 변리사 등에 이어 공인중개사 시장까지 넘어온 것이다. 공인중개사 업계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무는 공인중개사의 고유 영역이라는 것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도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부동산 중개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러스트부동산이 이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 경찰 기소 의견의 근거다. 국토교통부도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유권해석했다. 변호사는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중개업을 할 수 없다는 2006년의 대법원 판례도 있다.
그러나 변호사 업계는 부동산 중개가 법률자문의 부수 업무로서 변호사의 업무영역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 변호사 등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직거래 방식에 법률자문 행위를 더해 거래 안정성을 높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질 일이다. 다만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사안에는 강자인 변호사 집단의 횡포와 혁신을 통한 신업태 출현이라는 측면이 공존한다. 우리는 이런 유형의 사안을 처리할 때 두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 편익 증진과 골목상권(경제적 약자) 보호다. 둘 다 중요한 원칙이지만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할 때는 소비자 편익 증진이 골목상권 보호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길게 보면 그것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쪽이 살아남는 것이 경제의 철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