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IP리더를 만나다] 취임 1주년 맞은 최동규 특허청장 "연구개발 단계부터 '강한 특허' 나오는 시스템 만들어야"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특허 심사때 신뢰주고 일관성 있는게 가장 중요
심사관들이 현장 방문해 소통 기회 많이 줘야
국내외 특허 빅데이터 분석
공백기술·이종기술 융합 등 원천·핵심특허 확보 지원
등록 후 쉽게 무효 안되게 새 특허설계프로그램 추진

최동규 특허청장(57)은 왼쪽 손목에 검정색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다. 지난해 8월 그는 대전 특허청 부근 전자상가에서 이 시계를 직접 샀다. 최 청장은 청년기부터 '어얼리 어댑터(조기수용자)'로 유명했다. 새로운 제품, 기술을 만나면 승부 본능이 그를 흔들어 깨운다. 컴퓨터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가 한 행동은 분해와 조립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카드(GPU)는 지금도 직접 갈아끼운다. 취미는 스쿠버다이빙. "심해속 풍경과 인체 기능을 탐구해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운동이 다이빙이다. 얼마나 끌렸겠느냐"는 게 그의 말이다.

자리에 앉으면 법률, 통상, 스포츠, 의학, 물리, 화학까지 학문.일상 전 영역이 대화에 뒤섞인다. 온갖 색깔의 이야기 뿌리는 그의 삶의 궤적과 무관치 않다. 법학을 전공하고 특허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20년을 통상.외교관련 부처에서 지냈고 지난해 5월 친정 특허청으로 복귀했다. 그에겐 특허청 심사관을 지낸 국내 첫 특허청장이라는 기록도 따라붙었다.

청장의 행보는 세상 흐름과 무관하게 심사에 파묻혀 속도와 전쟁을 치르는 특허청 직원들 삶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됐다. 가혹할 정도로 많았던 처리건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면서 심사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부임 2년차에 접어들며 화두로 삼고 있는 건 '강한 특허'다. 그는 "원천,핵심 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 심사의 일관성, 신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작업으로 기업부담 등 불필요한 사회비용을 줄이면서 지식재산(IP)강국으로 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허쟁송제도 개선도 이런 차원에서 추진중인 사안이다. 2년 임기 절반을 보낸 최 청장을 서울 역삼동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이달 취임 1주년을 맞은 최동규 특허청장은 강한 특허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앞으로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허청 심사관 출신 국내 첫 특허청장이기도 하다. 사진=박범준 기자
이달 취임 1주년을 맞은 최동규 특허청장은 강한 특허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앞으로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허청 심사관 출신 국내 첫 특허청장이기도 하다. 사진=박범준 기자

대담= 신홍범 산업부장―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이런 첨단도구들의 등장으로 지식재산분야에도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특허청은 다가올 첨단 미래를 주도적으로 대비해야하는 것 아닌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법적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발명은 특허제도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도 예외는 아니다. 이때 발명자가 누구냐가 중요한데, 예를 들면 인공지능 관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허청이 준비해야하는 것은 인공지능 등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관련 국내 특허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 10년(2006∼2015년)간 인공지능 관련 기술 특허 출원은 2638건이었다. 이기간 미국은 우리보다 9배이상 많았다.

―테슬라,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 개방 움직임이 국내 업체에도 영향을 주고있다. 특허 개방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책은 어떤 게 있나.

▲LG, 삼성 등 8개 대기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통해 올해 1월말 기준 총 11만여건 특허를 개방하고 207개 중소기업에 특허 764건을 이전했다. 정부는 이를 적극 독려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특허 무상이전시 특허료를 감면해주고 특허 무상양도시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준다. 이전된 특허가 제품화될 수 있도록 타부처와 공동 지원책을 펼칠 계획이다.

―특허 쟁송제도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있다. 이 제도의 개선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특허심판원에 제출하지 않은 무효증거를 법원단계에서 자유롭게 제출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렇다보니 새로운 무효증거에 대해선 기술전문기관인 특허심판원이 판단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특허심판원은 유효로 판단했는데 법원에서 무효로 뒤집히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로 인해 피해는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분쟁은 장기화되고 불필요한 비용은 늘고, 기업 부담은 가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외국의 특허 쟁송제도는 어떤가. 제도를 바꾸는데 법원의 반발도 있을 거 같다.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선 이미 이런 제도를 바로 잡았다. 심판단계에서 모든 무효 증거를 제출하도록 해 분쟁을 빠르게 해결하고 있다. 우리 방향도 이래야한다고 본다. 모든 무효증거는 심판원에 제출하되 법원단계 새로운 증거 제출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제는 기술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져서 법원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법원은 기술적 검토를 문제삼을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인정해주는 쪽으로 가야된다. 처음에는 이런 주장에 다들 귀를 막고 있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법부와 적극 협의해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중소, 중견기업이 글로벌 IP분쟁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제품 출시전 기술개발 단계부터 지식재산(IP)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출기업의 경우 진출 예정 국가의 현지 IP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분쟁 예방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특허청은 기술개발 단계부터 IP전략을 제공하는 IP-R&D 사업과 수출기업의 지재권 확보 전략을 종합 지원하는 글로벌 히트 365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변리사법이 개정되면서 변호사들의 변리사 자동자격부여가 폐지됐다. 이제 일정기간 연수를 받은 변호사여야 자격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근 특허청이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은 변호사들의 연수 면제 조항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 변리사들은 법개정 취지에 맞지 않다며 반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변리사들은 오랜 숙원을 풀었는데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단 원칙은 일반 국민이 더 이익을 보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나도 변리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변리사 업무에 애착과 관심이 더 있다. 변리사법 개정으로 변호사들에게도 진입장벽이 생겼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이 장벽을 너무 높게 쌓으면 변리사에게도 좋을 게 없다. 자격 요건은 큰 부담없도록 하고 대신 실제 경쟁을 해서 잘하는 사람이 자격을 가질 수 있게 하면 된다. 변리사-변호사영역간 해결사는 특허청밖에 없다. 정말 자격을 줄만한 사람에게 자격을 준게 맞느냐, 이걸 보증해줄 수 있는 게 우리 역할이다. 특허청이 자격을 줬으니 믿어도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국민들이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하는 게 목표다.

―질 높은, 강한 특허를 만들어내기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심사의 신뢰성, 일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심사관들에게 산업 현장 방문 기회를 많이 주고 현장과 소통하게 해야한다. 연구개발(R&D) 단계부터 돈되는 특허, 고품질 특허가 창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국내외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해 공백기술 개발, 이종 기술 융합 등을 통해 원천, 핵심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 특허 가치를 평가해 출원대상을 엄선, 강한 특허가 되도록 지원해주는 특허설계프로그램도 새롭게 추진한다. 심사단계에선 등록후 쉽게 무효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여건을 만들고 있다.

―취임하고 1년이 지났다. 지난 시간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한 방향을 향해 달렸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직원들에겐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제일 많이했다. 심사관들은 그동안 빨리빨리에 중독돼 살고 있었다. 처리건수에 발목이 잡혀 새로운 걸 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내는 처지였다. 사실 심사관들 처리건수가 우리나라만큼 많은 나라도 없다. 2014년 기준 한국 심사관 1인당 처리건수는 미국, 유럽보다 4∼5배 많았다. 이 처리건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적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고 심사와 심판 질을 높이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20년만에 친정으로 복귀하면서 바꾸고 싶은 게 많았을것 같은데.

▲특허청에서 8년 일했다. 당시 우리는 왜 법을 한쪽으로만 이해하나, 그 생각을 많이했다. 근본을 더 파보고 싶어도 시간적 여유가 없어 못하는 게 태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자체가 변했다. 주변 제도와 여건을 충분히 알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시대다. 그런 외부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처리건수에 얽매이지 말라는 건 이런 차원이다. 직원들도 이 분위기를 굉장히 반기고 있다. 그런데 가끔 의심을 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하고.

정리= [email protected] 최진숙 기자

최동규 특허청장

△57세 △대구 △경기고, 서울대 법학,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마이애미대 대학원 법학과 △29회 행정고시 △특허청, 상공부, 통상산업부 사무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지역통상국 서기관 △주(駐) 시카고.애틀랜타 영사관 영사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정책국 국장 △산업통상자원부 FTA 정책관 △주(駐) 케냐대사관 대사 △24대 특허청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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