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근원을 따져보면 오랫동안 변호사가 무시험으로 변리사 자격을 취득해 온 데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이니 100년이 넘었다. 놀라운 것은 이 제도가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무시험 자격제도가 개정된 것은 작년 말이었다. 식민 잔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마다 무시험 변리사 등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변호사협회는 회 차원에서 등록 대행까지 했다. 그 결과 2014년 5월 말 무시험 변리사 등록자가 4333명, 정규 시험 변리사보다 2268명이 많고 전체 변리사 7500명의 58%에 달했다.
전문성이 더욱 강화돼야 할 특허전쟁 시대에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로스쿨 변호사들로 인해 업계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그래서 국회가 나섰다. 변리사제도가 더 무너지기 전에 법을 고쳐야 한다는 절박함이 국회를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일부 변호사 출신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무시험자격 제도를 폐지하지 못하고 실무수습을 받아 자격을 갖도록 절충했다.
그런데 자격 실무수습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을 정한 시행령에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입법예고안이 개정법 취지를 뒤로하고 시늉만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령은 현행 실무수습 조문에 개정법 조항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다. 다만 변호사 시험과목에는 특허업무에 필수적인 자연과학개론과 산업재산권 4법이 없으므로 변호사에게만 이들 과목을 별도로 추가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입법예고안은 실습과정을 희생시켜 이들 변리사시험과목을 이론교육으로 모두 끼워넣어 '면제근거'를 만들었다. 변리사시험 합격자에게 과목이 중복되게 해 변리사 시험과목이 면제되니 변호사의 개별 이력도 면제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무수습은 갖가지 명목으로 유명무실해지게 됐다. 로스쿨 등에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으면 '일부인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과목의 교육을 대체하고, 10개월의 변리사사무실 연수도 각종 근무경력을 반영하면 모두 면제된다. 이렇게 하면 변호사는 1년짜리 과정을 4~5주의 이론교육만으로, 특허청공무원은 거의 모든 과정을 면제받을 수 있다. 법률에 예외.면제가 없는데 시행령이 실무수습을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다.
변호사협회 측은 로스쿨 교육을 받은 변호사는 시험 출신 변리사와 다르다고 한다. 변리사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과잉규제요, 진입장벽만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음서제니, 변호사시험 학원이니 하는 평가를 받는 로스쿨이 변리사제도를 대체할 수는 없다. 로스쿨의 나라인 미국조차 특허에이전트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만 특허청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2016년 여름. 변리사제도가 갈림길에 서 있다. 변리사들이 일손을 놓고 길거리로 나온 것은 단순한 '밥그릇' 때문이 아니다. 밥그릇에 담길 전문성을 위한 것이다. 정말 자신 있다면 변호사들이 변리사시험으로 자격을 받으면 될 일이다. 상대는 변리사가 아니라 선진 특허 강국들이기 때문이다.
전광출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