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150만~500만원.. 정부 지원없인 '그림의 떡'
65세 이상 인구 4명 중 1명이 '난청'인데..
"장애등급 판정자만 지원.. 저소득층 청력상실 우려"
"보험급여 적용" 목소리
#. 서울 성동구에 사는 한모씨(72)는 몇 년 전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통화하기도 버거워 전화가 오면 이웃주민이 대신 받아서 전해 주고 있다. 인근 복지센터에 교육을 받으러 가고 싶지만 난청으로 폐만 끼칠 것 같아 포기했다. 보청기가 필요할 것 같아 알아보니 가격은 150만원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한씨가 구매하기엔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형편이 어려운 자식들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불편한 귀로 버티며 살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25%가 난청을 앓고 있다. 이들은 TV시청 등 여가생활은 물론 의사소통을 하는 데도 지장을 받고 있다. 그러나 평균 150~500만원까지 하는 비싼 보청기 가격 때문에 그냥 난청인 채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난청은 제때 보청기로 교정하지 않으면 그나마 있던 낮은 청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 또, 난청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이에따라 저소득층 노인을 중심으로 보청기 보험급여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력저하 노인 중 약 80%는 보청기 구매 비용에 부담을 느껴 보청기를 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보청기 보조금을 기존 34만원에서 최대 131만원까지 늘린 바 있다. 난청인의 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비장애인인 저소득층에게 보청기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옥수재가노인지원센터의 한 복지사는 "어르신 댁에 가정방문을 가면 잘 듣지를 못하셔 상담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자식들이 먼저 보청기를 맞춰주겠다고 하기 전에는 미안한 마음에 보청기 이야기를 선뜻 꺼내지 못하신다"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보청기 보험급여를 적용하자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지난 18, 19대 국회 때도 발의됐으나 결국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장애인에 대한 특례를 '장애인 및 노인에 대한 특례'로 변경했다. 또, 공단이 65세 이상의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보청기에 대한 보험급여를 할 수 있도록 명시됐다.
그러나 이전에 통과되지 못했던 법안들과 비교해 이번 개정안 역시 크게 보완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홍익표 의원실 측은 "참고자료로 사용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 결과 외에 보충 자료는 지역구 주민들의 목소리 정도"라며 "예산이 얼마나 들지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물론 법을 만들 때 일일이 데이터를 조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해당 법안의 경우 이미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청기 업계 관계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에 대한 보청기 지원 법안은 어마어마한 예산이 드는 게 문제"라며 "재원 마련에 대한 대책이나 현실적 기준 등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역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mail protected] 이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