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이 법안 어떻습니까]심재철 새누리 의원 대표발의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남녀화장실 분리 설치 추진
"근본적 대책으로는 부족" "강력범죄 예방효과 클것" 이해관계자들 반발 커져
분리공사비용 등 해결 시급

[이 법안 어떻습니까]심재철 새누리 의원 대표발의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 법안 어떻습니까]심재철 새누리 의원 대표발의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남녀공용화장실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에서 남녀화장실 분리설치를 적극 권고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를 강제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치권이 법 개정 추진에 나섰으나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커 법안 통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남녀화장실 분리기준 확대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안양동안을. 사진)은 현행 2004년 1월 29일 이전 시설과 연면적 3000㎡ 미만 건축물에 적용되지 않는 남녀 화장실 분리 조항을 2004년 1월 29일 이전의 건물에도 소급적용하는 내용의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남녀공용화장실에서 빈발하는 몰카.성추행 등 성범죄와 강도.살인 등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다.

실제 공중화장실은 대표적인 여성 대상 범죄 취약장소로 꼽힌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공중화장실에서는 총 1795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는 161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강간.추행 등 성범죄는 135건에 달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공중화장실을 포함할 경우 범죄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 의원은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처럼 공중화장실이 더이상 범죄의 사각지대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남녀화장실 분리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풍속영업업소와 다중이용시설은 규모와 상관없이 남녀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분리 설치하도록 했으며 이 기준을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근본적 대책으론 부족…효과는 있을 것"

여성정책 전문가들은 이 법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지만 관련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사회연구센터 이수연 연구위원은 "공용화장실이 분리되면 여성화장실에 들어가는 남성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에 주변의 의심을 사는 등 진입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좋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역시 "범죄 발생과의 인과관계 때문이 아니더라도 남녀화장실 분리는 당연히 해야 한다"며 "여성 안전을 대한 최소한의 배려로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안을 소급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어 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남녀화장실 분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각 지자체가 분리설치를 권고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법 규정을 손보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누군가는 화장실을 고쳐야 할텐데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불만 등으로 역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사회적 동의를 얻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이해관계자 설득

이에 따라 법안 통과의 관건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느냐에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로 공용화장실 분리 공사를 해야 하는 건물주나 해당 건물 세입자로서는 법안이 마냥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취지를 공감하는 것과는 별개로 공사비 소요, 관리비 증가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관련 설비업계에 따르면 남녀공용화장실을 분리하는 데에는 1개소당 400만~500만원이 소요된다. 층별 화장실을 모두 고칠 경우 일시적인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한 PC방 사업자는 "취지는 좋지만 공사비용을 건물주가 온전히 부담한다는 보장도 없고 향후 관리비 등으로 임대료가 덩달아 오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불안감을 털어놨다.

실제 일반적으로 법안을 소급 적용하거나 과태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밀려드는 민원 탓에 국회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한다는 게 입법관계자의 전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적용대상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이에 따라 상당히 많은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쟁점화되기 쉽다"며 "특히 과태료 도입은 유예기간을 얼마나 두느냐,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 등을 두고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공사비용 지원이나 분리설치 시 인센티브 부여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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