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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통신요금 소득공제 논란 "부담 줄여줘야" vs. "조세원칙 훼손"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8 17:38

수정 2016.08.28 17:38

황희 더민주의원 법안발의.. 연 최대 120만원까지 공제
직장인 연 13만원 절감효과.. 세수 줄어 국가재정 타격
기재부·세금전문가 반대
#. 40대 가장 김모씨는 한 달에 통신비로만 25만원가량을 낸다. 집 전화는 따로 없지만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 아내, 모시고 사는 어머니까지 가족 5명이 모두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1년이면 300만원, 한 달치 급여에 육박할 만큼 부담스럽지만 휴대폰이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시대에 가족 구성원 누구에게도 휴대폰 없는 불편을 감수하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직장인은 물론 학생도, 가정주부도, 노인도 휴대폰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시대"라며 "정부가 수차례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 부담이 줄어들진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통신요금 소득공제 논란

번번이 무산돼왔던 이동통신요금 소득공제가 국회를 중심으로 재추진되고 있다. 갈수록 가중되는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소비자는 물론 정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이동통신업계는 반기지만 조세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휴대폰은 필수품…소득공제 해줘야"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최근 이동통신요금을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요금에 대해 연간 최대 120만원(월평균 10만원 수준)까지 해당 과세기간의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휴대폰이 일상생활은 물론 근로.생계활동에 필수적 요소가 된 만큼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황 의원의 주장이다.

지난 2014년 말 기준 이동통신 총 가입자 수는 5419만명으로, 업계 통산 법인명의 비중인 5%를 제외하더라도 5148만명에 달한다. 주민등록인구수(5132만명)보다 많은 셈이다.

이동통신요금 소득공제가 신설되면 매년 1조1550억원의 세금이 감면될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추산하고 있다. 국세청에 소득이 신고된 근로자 총 1668만명 중 소득세 결정세액이 있는 866만명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세를 내는 직장인 일인당 평균 공제대상자를 1.96명으로 했을 때 연간 13만3000원의 통신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월로 환산하면 1만1000원 수준이다.

황 의원실 관계자는 "소득공제의 기본 개념은 생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소비를 제외해주는 것"이라며 "이동통신서비스도 이제는 필수품으로 그 위상이 현격히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면 통신요금을 낮추면 된다"면서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힘들어하는 국민 대부분이 통신비 할인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는 이 같은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연말정산 소득공제에 하나라도 더 포함되면 좋은 것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논리다. 이동통신업계 역시 화색을 보인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연일 통신사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와 책임을 일정 부분 나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재부는 난색…세수부족에 형평성도 어긋나

그러나 기획재정위원회의 문턱이 여전히 높아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재부가 세수 감소, 면세자 증가, 타 조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8.19대 국회에서도 휴대폰 요금을 소득공제하는 방안은 수차례 추진됐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기재부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수가 줄어든다는 데 있다. 통신비 지출이 많은 만큼 세수 감소분도 크기 때문에 국가재정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동통신요금을 소득공제할 경우 연간 1조원 이상 세수가 줄어든다.

면세자가 늘어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귀속분 기준)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 비율은 48.1%로, 직장인 2명 중 1명꼴로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높은 면세자 비율로 소득공제 보완대책이 시급한 상황에 휴대폰 요금까지 포함되면 면세자 비율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에 어긋나고 헌법에 명시된 국민개세주의(국민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도 훼손한다는 게 조세전문가의 분석이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비용을 다 공제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지금도 면세자가 많으므로 소득공제 조항을 늘리지 않는 게 옳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부담을 줄여주자는 법안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소득공제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다"면서 "조세정책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적용은 다소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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