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후견보고서 대필에 300만원.. 앞으론 대법원 사이트서 공짜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그래 1.0’ 프로그램.. 법무사 없이도 작성

가정법원 후견감독관으로 일하는 A씨는 최근 손녀의 후견인으로 선임된 B씨의 후견보고서를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평범한 할머니가 썼다고 보기에는 보고서가 깔끔하게 잘 작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A감독관은 B씨를 직접 면담하며 칭찬했다. 손녀를 돌보면서 고생이 적지 않을 텐데 보고서까지 신경을 쓴 것이 고마웠기 때문이었다.

"정말 잘 쓰셨어요. 어려움은 없었으셨어요?"

그러자 B씨는 대뜸 "돈이 300만원이나 들었다"고 답했다. 자신은 무식해서 서류를 쓸 줄 모르는데 법원에서 보고서를 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돈을 들여 법무사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B씨는 "300만원이면 손녀와 두 달을 살수 있는 돈"이라며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고 울상을 지었다.

통상 후견보고서는 후견인이 된지 2개월 이내에 작성해야 하고 다음부터는 매년 1회씩 제출해야 한다. 법조계는 후견보고서에 특별한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사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작성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2일 후견보고서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후견인들을 위해 지원프로그램을 제작,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래(Gre) 1.0'으로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23일부터 '나홀로 소송 사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프로그램에는 제도 소개는 물론이고 재산, 수입, 지출내역을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짜여져 법무사 등에 작성을 의뢰하지 않고서도 혼자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후견제도는 미성년자나 질병.장애.노령으로 인해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사회활동을 뒷받침해 주기 위한 제도로, 2013년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제도를 폐지한 뒤에 만들어 졌다.

후견인은 가족이나 친.인척, 전문후견기관, 법률가 등을 대상으로 가정법원이 선임하는데 매년 피후견인의 재산 등 후견사무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일정한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잖게 공을 들여야 하는데다 실수가 있을 경우 예기치 않은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만큼 상당수 후견인들이 50만~3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법무사에 작성을 의뢰해 왔다.

후견제도의 적용대상이 장애인이나 노령자, 미성년자들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은 아니기 때문에 후견보고서 작성비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email protected]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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